-"너도 너를 모르는데, 누구한테 괜찮다고 말 하려고?"
-머릿속에서 항상 괜찮다고 되내인다. 잠에 빠져도, 빠지기 전에도,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것은 너 자신으로 인해 생기는 불행이라고. 적어도, 현재는 너로서 불행해지는 것은 너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항상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으로 꺼진다. 불행을 부러워하고, 자기 자신에게 오는 행복은 꺼린다. 사람으로서 모순적인 생각을 하는 자신이 싫어서 자신을 상처입혔다. 부정하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마주보는 것은 특기였다. 오히려, 익숙하기도 했다. 나는 어느샌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자신을 긍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싫어하면서, 자기 자신을 콩의 껍질까듯 까는 것은 좋아하다니. 참 고약한 성정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침대에 누워 가만히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어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독한 누린내가 가득한 숨결이 가득한 방에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담배 찌든내는 나지 않았지만, 텁텁하고 불쾌한 냄새임에는 틀림 없었다.
시체의 냄새는 맡아본 적도 없었으면서, 멋대로 시취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시취가 아닌, 가축의 시취이다. 다른 사람들의 피와 살도 되지 못하는 주제에, 야생에서 살다 독립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돼지 이하의 것이다.
괜찮다고 말하는 언령의 효력도 이젠 바닥나고 말았다. 내가 말하는 것은 껍데기 밖에 남지 않은 그저 평범한 버릇일 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울고, 분노하면서 즐거워하는 광인의 행세를, 나는 닮고 말았다.
'너 이제 괜찮다고 그만 말 해라. 귀에 딱지가 앉겠어.'
여느 때와 상관없는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내 말은 듣기만 하고 대꾸도 안 하던 머릿속의 내가 말했다. 그도 계속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힘든지 내 손을 움직여 내 머리를 때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가 없던 내가 스스로 만든 상상 친구인 만큼, 지금은 머리도 커서 가끔은 내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내 입을 막으려고 했던 적은 없어서,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하게 맞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괜찮아지지도 않는 말로 자신을 위로해봤자 쓸모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나에게서 나왔지만 이런 점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어 나온 친구였다. 나와는 달리, 세상을 좀 더 간단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좀 더 넓은 시선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뭘 쓸데없는 말을 해서 여러 사람 귀찮게 만들어. 괜찮다고 계속 말해서 진짜 괜찮을 줄 알아? 그게 폴라시보 효과랑 뭐가 달라? 게임이랑 지 깔 때만 재미있어하는데, 그게 끝나면 어디 박혀서 혼자 질질 짜고. 너도 지금 스스로가 잘못되어 있는 거 알고 있잖아.'
내가 스스로 파버리고 방치한 마음에는 고름이 가득 차, 비어버린 살점을 대신하고 있었다. 연노란 액체가 마음을 천천히 잠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걸 닦아내거나 떨어뜨릴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방관하며 아프다고 울고 있었다.
'그럴 거면 괜찮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너도 너를 모르는데, 어딜 건방지게 다른 사람한테 괜찮다고 말하고 있어? 그건 기만이고, 거짓이야. 다른 사람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거고.'
내가 그 말을 들으며 아파할 때 쯤, 그제서야 그는 할 말을 다 했다고 말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푹 자러 간 것이겠지. 그가 떠나간 후에는 침묵 밖에 남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었다. 긍정하기에는 어렵지만, 그의 말은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말하는 괜찮다는 말은, 어느샌가 변질되어 버렸다는 것을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버릇으로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라는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해봤다.
힘들 때, 괜찮다고 말을 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괜찮다고 말하기 보다는, 힘들어 하는 자신을 긍정하고 한 번 푹 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의미의 괜찮다는 말은 내가 느끼기에는 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