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보내는 기대감은 검은 하늘이 되어 있었다.
나는 상당히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된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친가 쪽의 방향은 상당히 가부장적이었다.
친할아버지가 나에게 내거는 기대감은 날이 가면 갈수록 무거워졌다. 할아버지가 보내는 기대감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점점 나날을 보내면 보낼 수록, 받아들이는 가치관이 달라진 탓에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의 질이 달라진 것 뿐이었다.
나에게는 한 명의 누나가 있다. 누나는 작가를 지망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그림으로 미래를 그려나가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해온 일들과 업적을 나는 곁에서 봐오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이제 곧 있으면 대학에 가게 된 누나를 이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내가 느낀 점은, 누나는 나와 달리 재능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야,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글을 써보고자 하면 손가락이 무언가에 묶인 것 같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녀는 항상 새로운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항상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부끄럽지만, 누나에 대해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미약하고 작은 감정. 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 가장 자세히 봐야했던 수치가,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부끄러웠다. 네가 해왔던 노력은 전부 누나가 그림에 바쳐온 세월에 반해 아주 작은 기간이었거늘, 너는 그런 누나의 노력을 제대로 보기보다 누나의 노력을 부러워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머릿속의 부정에게 별 다른 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틀린 말도 아니고, 작았던 나의 감정을 더욱 크게 바라보게 했던 탓이었다.
나의 등에는 수많은 기대가 서려있었다. 남자라는 이유로, 그래.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의 남매는 재능과 노력에 비해 빛을 받지 못한 것이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죄악감이 바람이 되어 나의 뺨을 베어내렸다.
나는 나의 성별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하는 술주정이 '여자로 태어날 걸!' 이라는 한탄이었다. 저런, 한심하게도. 멈출 수 없는 흐름을 막으려고 하는 어리석은 자 같으니.
차라리 나의 누나가 남자였다면? 나에게 있어 누나가 아닌 오빠였다면. 차라리 이 집 안에서 내가 받는 기대가 더욱 적었던 여자로 태어났다면?
후회를 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아쉬움을 가질 시간에 조금의 노력을 더욱 해보면 된다. 천천히 기대에 부응한다면, 천천히 세상을 알아간다면, 조금씩 가치를 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머릿속에서 유난히 흉터가 많은 긍정이 이번에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긍정의 조용한 한 마디보다 시끄럽게 울리는 녹슨 쇠의 소리가 더욱 날카롭게 귀를 베어냈다. 나는 나를 긍정할 방법을 달리 찾아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뻗어버리고 만 것이다.
누군가에게 있어 족쇄가, 나에게 있어 도망칠 수 있는 구원줄이라니. 이 얼마나 하찮고,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인가! 어느새 내 머리를 잡고 있던 주도권은 부정에게로 넘어갔다. 그 작았던 손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검은 바닥만을 보게 되었다. 나는 어느새, 거대한 힘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