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모두를 위해 작별의 말을 연습해야만 했다.
내가 유년기의 시절, 그리고 중학교 때의 시절. 현재에 이르러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 중 가장 거대한 이유는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아직 남아있는 내 머릿속의 상상 친구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이 상상 친구들과의 인연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끈끈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들은 나에게서 태어났고, 나와 항상 잘 지내왔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전적으로 기대왔고, 그들은 나의 기대에 걸맞게 이상적인 친구로 남아주었다.
하지만 가출을 했던 것을 기점으로, 내 기억력은 천천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가장 심할 때에는 하루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렸으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써왔던 단어들조차도 까먹어 버리고 만 순간.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들이 다중 인격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항상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던 것 뿐이지, 그들에게 주도권을 휘어잡힌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들의 존재는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친구일 뿐. 다중 인격은 아닐 뿐더러, 그들의 존재는 질병조차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의 존재가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 헤어질 거라고 생각하냐?'
아니, 조심스럽다기 보다는 어이없을 정도로 무신경한 말이었다.
툭 던져놓는 그 어투에 나는 머리를 긁으며 잠들 뻔 했던 정신을 다시금 끌어올렸다. 수 년간 이런 말은 하지도 않았던 그, 혹은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고 만 것이다.
나중에 때가 된다면, 나는 그렇게 그들에게 말했다. 나중에, 그 말 뜻은 훗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할 그들은 아니었기에, 그 중 대장격 중 한 명인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헤어지는 거야. 그래, 그 말대로. 근데, 우리가 헤어질 날을 조금 더 앞 당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돌직구로 그렇게 말하는 상상 친구의 말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의 말에 나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째서? 나는 그들을 단 한 번도 질병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을 뿐더러, 수많은 친구들 중 몇 명이라고 생각한 것 뿐인데, 어째서 우리는 그것 만으로 헤어져야 한다고 하는 걸까? 어이가 없어 따지니, 그들은 현실성의 이야기를 꺼내어 조목히 따졌다.
상상 친구는 상상 친구 일 뿐이지, 현실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 너무 자신들에게 심취하게 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글러먹은 인간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자신들을 생각했다는 것에 훗날 막심한 후회를 남길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마지막 말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흑역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 것 같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고 말았다.
몇 년간 함께 지내온, 형제와도 같은 사이가 아닌가? 어떻게 그런 관계를 한꺼번에 청산해버리자는 말이 나와버리고 만 걸까? 나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발을 벅차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숨 소리가 유난히 거칠어졌다.
내 성정 중 하나는 유난히 정이 많은 것이었다. 몇 일 간 같이 지내거나 몇 달간 같이 지낸 지인이 훗날 나와 떨어지는 날이 온다면 일주일 정도는 밤에서 남 몰래 눈물을 흘릴 만큼이나 정이 많았다. 사회를 살면서 가져서는 안되는 저주와도 같은 성격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 몇 년간의 추억을 부정해버리는 말은 지금까지 건너온 모든 길이 허사로 변한다는 것과도 같은 뜻이었다. 내가 눈물을 흘릴 때, 항상 무언가에 홀렸을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 때. 그럴 때 도와주던 것이 그 머릿속 안에 있던 친구들이었기에.
무서웠고, 슬펐다.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구였던 것과 동시에,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물 마저 보이고 싶지는 않아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울적함이 혀를 잘라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항상 같이 있기야 하겠지. 우리는 그런 존재니까. 근데 너, 중학교 선생님한테도 4차원 인물 마냥 취급 당했잖아.'
또 다시 맞는 말이다. 고등학교의 시험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을 따라 중학교를 가지 않았지만, 중학교 선생님이 남긴 내 평가가 현실 속의 친구를 통해 내 귀에 들어온 것이다.
틀린 말도 아니었고, 그렇게 섭섭한 말도 아니었지만, 적잖은 충격을 먹고 말았던 그 사건을 꺼낸 상상 친구는 그 말을 끝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지금 당장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야. 네가 어른이 돼서도 안 까먹는다면야, 친구로 남을 수도 있겠지. 우린 단지 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되는 것 뿐이야. 실제로, 기억하지 못하는 애들이 몇 명이냐? 반 친구들 이름도 아직 모르지, 네 머릿속 한 구석에서 놀고 있는 쟤 이름도 모르지... 그니까, 그냥 걱정되서 말한 거야. 섭섭하면 미안했고.'
답지 않게 사과를 던진 그는 그렇게 자러 자리를 떠났다.
또 다시 홀로 남게 된 나는 자리에 누워 손가락을 맞부딪혔다. 단 한 번도, 그들과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던 나는 누군가와의 이별을, 머릿속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향해 연습해야만 했던 것이다.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없어질 친구들에게 '너희가 없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기도 했다. 나는 작별의 말을 연습해야만 했다. 언젠가 떨어질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떨어질 누군가들에게 안심을 시켜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 홀로 두 다리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