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존재하면 안되는 방해물은, 바로 나였다.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을 터인 염세주의와, 수치심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던 예전의 나와 괴리감을 느끼며 수치를 느끼게 되어버린 것이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던 5년 전의 일이었다.
이젠 힘들었던 이유조차 까먹었으며, 습관적으로 중얼거리던 괜찮다는 말조차도 소실했으며, 행복을 거절하고 불행을 부러워하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공부머리는 없어도, 그런 간단하고 당연한 일은 잘 알고 있으니까. 덕분에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 인생을 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런 생각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꼬맹이는 이젠 수치심이라는 구름을 잔뜩 치장해놓은 검은 바닥이 되어있었다. 바라보던 검은 바닥이 내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꼈던 죄악감이란!
머리가 미래와 자신에 대한 혐오 밖에 남지 않아서, 이젠 자신이 뭘 하고 싶은 것도 모른 채, 그리고 자신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모른 채로. 그저 검은 막에 둘러쌓여서 눈을 감고 괴로워했다.
괴로워하고, 괴로워하고...얻는 것 따위는 없는 채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고 있었지만, 나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나. 한심하게 자리에 앉아서 글만 쓸 뿐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확실한 이상. 확실한 꿈이 있는 한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건만, 나는 글을 쓰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하는 것이 무서워 벌벌 떨었다.
내가 돈을 쓰는 것이 무서웠다. 가족에게 더 이상의 부채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나도 가족인데, 저 곳의 일원인데. 혈육인데 타인처럼 느껴지는 비참함을 다신 느껴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집 안에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내가 이루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사용할 때마다. 나는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용돈을 받을 때, 그 용돈을 쓰며 약간의 사치를 부릴 때. 나는 홀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약간의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가만히 잠을 자고 있었을 때. 그들은 전부 자신들이 이어져 있는 꿈을 꾸고 있을까? 나 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 가지런한 웃음을 보이고 있을까? 아아,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 웃는다면 그것만으로 나에게 그만큼의 호상은 없을 것이다. 그야, 만약 그렇다면 그들조차 내가 필요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 존재를 부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마다, 내가 가족들과 멀리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싫어서, 그 허무하고 기분이 좋다고 느껴질 만큼의 황량함을 느끼는 게 무서웠으니까. 나는 더 이상 가족들의 손을 빌리기가 꺼려졌다.
역설적으로 생각한다면, 어이가 없는 법이었다.
-멀어지는 게 무서운 주제에, 가족들이랑 멀어지는 것에는 희열로 웃으면서 살아가고, 이번에는 존재가 걸러적거린다고 느끼면서 사라지기에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하찮고 어이없는 일인지, 그리고 세상에서 헛됨을 지지하는 네가 세상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너는 알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며 너는 눈을 돌리고 말았다.
네가 네 손으로 부숴버린 네 세계를 단지에 고이 모신 나는, 네 안에 있는 작은 납골당에 그것을 가져다 두었다. 너는 그것에 눈을 두지 않았다. 또 어지간히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새 납골당에는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먼지들을 털어내며, 또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받아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너는 먼지와 비에 입을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비와 먼지만을 먹고 살아가라. 네가 아는 유명한 만화가는 그렇게 말하여, 너는 그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고 있었는지, 그런 엉뚱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더라.
하지만 그래서는 아니되었다. 그러면 안됐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너에게 한 마디의 말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가족들이 무서웠고, 또한 다가가는 것도 진작에 포기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내가 손수 그 앞을 막아버리다니.
-세상을 부서버린 너에게 있어,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는 너의 가장 큰 장애물은 너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애물을 넘어서고, 그것을 뒤돌아볼 때가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거대한 도약임에 틀림없지 않겠는가?
부끄러웠다. 세상이 좁아터졌다고 생각했던 내 견해가 수치스러웠다. 조금이라도 알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 정도의 수치를 알 턱이 없었을 터였는데.
부담스러웠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나는 죄인인데, 가족과는 다른 순수한 악인데. 절대로 섞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섞여들어가려고 하는 파렴치 한인데, 어째서 나는 사라지려고 하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인가?
-이 세상이 네 마음을 찢은 것이 아니다. 네가 네 세계를 부수며, 네 마음까지 부숴버리고 만 것이다. 네가 스스로 일으킨 재앙인 만큼, 네가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어째서 모르는 걸까?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장애물은 자신이다. 자기 자신은 자신을 둘러싸 보호하려고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방해하는 거대한 벽이 되어있을 수도 있었다. 그 벽을 부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 벽을 뛰어넘어 아래를 내려봐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무엇이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니. 하지만 만약 그 둘 중 하나에 들지 못하고 실패했다면... 그것도 괜찮다. 우리에게 연속된 실패는 그저 다음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 벽돌이 될 테니. 그럼 우리는 그것을 들어 유심히 관찰하며, 특성을 알아차리고, 그 벽돌에 맞는 전략과 설계를 만들어 천천히 만들어나가면 될 것이다.
사람의 존제 자체가, 그것 만으로도 무한한 도전을 일으키는 가능성임을. 우리는 전부 알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