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사라지는 산문은 덧없고도 경편한 꿈의 조각이었다.
아침에 들리는 연주 소리가 유달리 시끄러운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다면 무릇 사람의 머릿속에는 백지가 준비됩니다. 생각을 하기 위한 준비물, 뇌수, 백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른 친구, 애인...가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전부 고이 접어 쓰레기통에 넣어버린 저는 패러독스와 위트를 잔뜩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멀쩡하게 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무슨 얼굴로 자리에 앉아야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지 모르겠습니다. 음침하지 않은 척을 하지만, 그걸 보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더욱 더 바보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사람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사람의 시선을 무서워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으로는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에는 참새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머나먼 친척인지 모르는 새들이 보입니다. 아니, 아님 저것들도 제 뇌가 만들어낸 부산물일 지도 모르겠지요. 멍을 때리다보면 사라지는 새들에게 나지막하게 굿바이를 외칩니다.
챗바퀴를 돌고 있었습니다. 까먹고 그랬습니다. 까먹으면 뭐든지 괜찮겠지 않겠나요. 모든 것이 생각 대로, 아니, 까먹은 대로. 굿바이.
등쪽이 근질거렸습니다. 무거운 책걸상을 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노트와, 파일들을 엉망진창, 차례대로? 정리했을 내용물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물병에서 들리는 얼음과 물 소리가 찰랑거립니다. 몇 번이고 들었던 그 소리가 즐겁지도 않은지, 이번에는 무표정을 지었겠지요. 얼굴조차 까먹은 인간의 사고방식 같은 건 굳이 알 필요가 없었으니 괜찮을 겁니다.
저는 저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저를 보고 있는 탐구자들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그러다 괜히 심술이 나서 날아다니는 거름 향기에 침을 뱉었습니다. 아! 그 메캐한 향기를 풍기는 동물들의 변이 아무런 생각 없이 다니는 나보다는 쓸모 있었던 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나무의 뿌리에서 흙으로 덮어져 있는 거름을 구경하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는 걸 알아차린 저는 금방 자리를 떠났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금방 도착하는 편이 그나마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요? 아, 그래도 금방 도착한 다음에는 금방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는 조금 즐거워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주 다음주는 시험 기간이었으니 시험을 보고 난 후에는 언제나 빠른 시간 내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차르르 시원한 음료수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떠오른 상념을 전부 더럽게 씻어냈습니다. 따가운 감촉이 뱃속에서도 느껴지자, 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을지도 모릅니다. 카페인! 내가 좋아하는 각성제. 담배나 술이 아닌, 그럼에도 그것과 엇 비슷한 발암물질은 언제나 환영이었습니다. 잠을 확실하게 끝내주고 현실을 자각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땅바닥에 내려치는 그 액체가 저에게는 필요했습니다.
기억에는 작별을, 과거에는 환멸을, 몽환에는 우려를. 멍하니 길을 걷다보니 나는 어느새 책상에 앉아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문제를 풀고, 집으로 가고 있었소. 발걸음은 구름을 걷는 것처럼 가볍고, 영혼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가벼움이었소. 아아, 이대로 날아가고만 싶다. 날개가 나에게 달렸다면, 저 하늘 멀리 날아가고 번개에 맞고 추락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 분명했는데. 아니, 혹은 나는 것에도 실패할 지도 모르지.
근질거리는 등을 긁적였소. 움찔거리는 목을 꼬집었소. 조금씩 경련하는 얼굴을 매만지고 돌아가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붙잡았소. 집 안으로 돌아온 나는 사람의 말을 잊고, 평범한 인형이 되어있었소. 그 잔혹한 현실에 수면제를 질겅질겅 씹고 잠에 들고 싶었소. 역설적, 패러독스가 비웃었소. 처방조차 받지 않은 것에 어찌 의존하려 드는지, 퍽 비웃어 보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지.
가족들이 훤하게 웃소. 그곳에는 내가 없소.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진작 잃어버리고 사라졌소. 한 번 쏟은 물은 두 번 다시 주워담을 수 없지 않은가. 굿 바이. 걸레로 닦고 그 다음에는 다시금 컵에 따르고 흘리고 굿 바이.
네모난 단말기로 불세출의 천재들에 대해 검색해 보았소. 닮아보이고 싶었을 수도, 또한 그들에 대한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었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상, 다자이 오사무, 백석 등등... 그들의 재능이 부러운 것이 아니었소. 그저 옛 시대에 살아,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러웠소. 질투가 샘솟았지.
숨이 턱하고 조여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이다. 순수하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누군가를 질투하고 무서워하고 괴로워하고, 욕짓거리를 하면서 아무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비워내버리고.
그러다보니 편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편하게 되어, 내가 우려하던 몽환에 갇힌 것이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아늑했다. 아아,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것인가. 아무런 생각없이, 정신의 타아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아무런 고민없이 쳐다보는 것은 피곤하지 않았소. 나는 빙그레, 내 안에서 웃어보았소. 안에서는 그 누구도 내 얼굴을 보지 못하고, 보지 않으니.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적절히. 그 누구의 걱정 없이 마음대로 웃는다는 것은 매우 쉬웠고, 매혹적이고, 자유로웠소.
그러던 와중, 식탁에서 웃고 있는 가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아, 그들은 내가 없는 곳에서 저리 환하게 웃는가. 부러워, 나도 그곳으로 가고 싶어! 나도 같이 웃게 해줘. 아무런 생각없이아무런근심없이아무런가면없이! 나를 가족으로 받아줘!
아니,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부덕함과 능력의 부재 때문이다. 내가 능력만 있었다면, 머리에 피가 마르지 않았을 때부터 받았던 기대 만큼의 능력을 가졌더라면, 그들은 나를 보고 제대로 웃어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래, 그럴 것이 분명했다.
생각은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곤죽으로 섞였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생긴 피해망상, 불신임에 틀림없으니.
손톱을 물어뜯는 도중, 미친 생각은 계속해서 나를 발견했고, 그 중간에 들었던 생각에서, 나는 깨닫고 말았다.
아, 나는 가족을 무서워 했던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