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고 진 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더라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모르고 하염없이 바라봤다.

by 인간실격

내가 처음 집중적으로 바라본 꽃은 냉이와 함께있는 하얀 꽃이었다. 옛날에 그 작은 꽃을 바라보고 이름을 외면 칭찬을 해줄 일이 참 잦았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어, 한낱 아해였던 나는 한없이 밝은 얼굴로 그 꽃의 이름을 외웠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 꽃이 내 눈에 보일 일은 없었다. 내가 더 이상 보기 싫어 외면한 것일 수도 있었고 그것도 아님 더는 그런 꽃에 시선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을 지도 몰랐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나는 더 이상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이를 먹으니 보이지 않는 단점이 점점 눈에 밟히고, 내가 어리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는 한심함을 하루종일 느끼니까, 행복을 느낄 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내가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이 하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 부수기 전, 그리고 부서져도 납골당에 고이 모시고 있었던 화장된 생각이.


-가족을 사랑하자. 그래, 나는 가족을 위해,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는 목숨을 걸어도 가족을 위해, 가족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해. 가족, 가족, 가족...


내가 가지고 싶었던 행복의 모토. 그것은 점점 세뇌로 변모해갔다. 가족을 위해서, 가족이 나로 인해 행복하게 된다면 나도 함께 행복해지리라. 그것으로 충분해.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근원은 가족이었으니까. 나를 칭찬해주었고, 나를 위해주었던 근원이 가족이었으니까.


그건 맹목적인 광신이었고 무책임한 맹신이었으며 나를 너무 믿어버린 과신이었다.


광신은 밑바닥이 확실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상황과 상황이 잘 맞게 하여 깨뜨리면 그것 만큼이나 허울 좋은 허수아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세계의 바탕을 무너뜨렸다. 맹신은 더욱 더 무너뜨리기 쉬운 것이었다. 과신은 그저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 끝을 내면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쌓아야 하는 블럭 놀이, 재미없는 반복 작업이었다. 더 이상의 인생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었고,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해져 있는 동안에, 나는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희망찬 일상을 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무서워하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사랑의 대상에서 애증의 관계로. 애증의 관계에서 공포의 관계로. 가족의 관계에서 타인의 관계로. 사람을 불신하게 되었고 사람을 무서워하는 사람의 성격으로 변하는 관계로는 타당하지 않은가.


처음으로 바라봤던 꽃은 지고 말았고, 두 번 다시 피지 않았다. 떨어진 꽃은 스러지고 비료가 되겠지만, 그건 살아있는 나무의 것이다. 죽어버린 나무가 그것을 탐낸다 한들 먹을 수나 있을까. 뿌리는 이미 진작 죽어 부러졌고, 두 번 다시 자라지 않을 것이다.


져버린 꽃은 말한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의의는 애초에 없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꽃의 잔해를 바라보며 나는 무슨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문제였다. 이미 이 세계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했을텐데, 나는 그걸 부정하기만 하니까, 그러니까 너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게 당연하고, 알맞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잘못이었고, 그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한다. 그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아, 저런. 고통은 나를 사랑해주건만, 나는 고통을 사랑하지 않았다. 고통은 내가 어두운 바닥에서 길을 헤맬 때에도 언제나 너는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겠지.


나에게 남은 것은 고통 뿐이었다. 그것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 없었고,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뭘, 이제 피할 수도 없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으니, 이제 나는 고통이 나에게 하던 것처럼 웃으며 그 얼굴에 침을 뱉을 뿐이다.


한 번 져버린 꽃이 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두 번 다시 피지 않도록 네가 그 뿌리를 처음부터 잘라내고 모르는 척을 하는 것 뿐이다. 그것을 어째서 너는 모르는 것인가. 네가 다른 것을 찾지 못하고 절망하는 것처럼, 애초부터 뿌리가 존재하지 않는 꽃은 두 번 다시 피어오르지 못하는 것 뿐이다. 네가 바라는 꽃은 무엇인가? 네 안에서 만개할 꽃의 이름을 너는 어째서 외면하는가? 사람들의 안에는 언제나 전부 자라지 못한 꽃이 존재하는 법이다. 나는 묻는다. 네가 봐왔던 꽃이 두 번 다시 피어오르지 않던 이유는 애초부터 네가 잘라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렇게 물어도, 나는 대답하지 못할 뿐이다.

keyword
이전 11화아무런 생각없이 사는 건 괴롭다/편했다/쉬웠다/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