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공허의 안에서

-바깥에서 빛나는 하늘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by 인간실격

해결하지 못할 고민은 손가락에 찔린 나무 가시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럼, 잘 알고 있지. 하루종일 아무도 해결하지 못할 해결을 눈 앞에 마주하는 기분은 모를 리가 없었다. 철학을 그리 깊게 파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번 빠지면 그것에 대한 답도 내지 못하는 주제에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끝끝내 해결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루종일 하는 것이 얼마나 하찮고 짜증나는 일인지. 혀를 차지 않는 날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선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가지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나날을 보낸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나도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 흉내정도는 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내고 있는 하나의 브런치북인 셈이니 말이다. (물론, 성공할지 하지 못할 지 모르는 상태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불행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불행을 이길 방법은 사람이 스스로의 다리로 걸어내는 방법 밖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다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부러지고 말았다. 이미 진작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멈추고 싶지 않아 어렴풋이 남아있는 팔로 기어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멈추기 무서웠던 것이다.


나는 거북이와 돼지가 합쳐진 이기심과 겁으로만 가득한 생물이라서, 앞으로 가는 것도, 뒤로 가는 것도 무서워해서 가만히 껍데기 안에서 숨어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 아늑한 껍데기의 안에 가만히 있다보면 마음 정리가 쉬워졌으니 말이다. 울 때도 어린애처럼 발을 동동 구르면서 성질을 낼 때도, 항상 껍데기 안에 숨어서 마음 정리를 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집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 속에 숨어 지냈으니, 머리가 큰 지금에서야 집이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거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 게 아니라, 세 살 버릇이 사람의 생각을 죽인 거다.


껍데기의 안에는 아무런 물건도 놓지 않았다. 그야, 그 안에서 화를 내는 도중에 발가락이라도 찧으면 더욱 더 화가 날 테니까. 꿈이라던가, 미래에 지내고 있을 내 모습이라던가, 단단하고 빛나는 보석은 하나도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 안에는 조각난 거울 조각들이 끝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한심함을 보며 한시라도 오만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죽이는 단도의 역할을 하는 조각들이었다.


조각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분은 좋았다. 어릴 때부터 싫었던 인간이 더욱 더 한심하게 보인다면 그걸로 통쾌해 하지 않을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방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마음 속의 단도로 상대방의 얼굴에 낙서를 할 사람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그저 나도 그럴 뿐이었다.


울먹이는 원수의 얼굴이 찡그려지고, 한심하게 보여지는 그 통쾌함이란 감히 그 어떤 달콤한 과일을 입에 대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는 몰라도, 나는 그랬으니까.


나 이외의 원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조금 밉상으로 보이는 사람도, 결국은 사람이다. 성격이나 사고방식이나, 신념이나 행동이 바뀌는 전형적인 사람. 그러니까 굳이 지금의 내가 그 사람을 밉상으로 본다 한들, 지금 이 순간의 인간은 미래에 사라지니까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사고방식의 차이이다. 가지고 있는 신념이 무식한 지금의 내 말을 진지하게 들을 필요 없다.)


미워할 대상이 나 혼자라면, 굳이 힘을 뺄 필요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던 나는 문득 조각난 거울 조각들을 전부 모아보았다. 총 17개였다. 1년이 지나면 하나씩 늘어가는 그 조각은 하나 같이 검었다. 반대편을 비추지 않고, 녹슨 쇳조각 마냥 검었다.


분명 옛날에는 적어도 거울처럼 생기지 않았던가? 과거를 좀 생각했던 나는 뭘 하고 싶었던 건지 그냥 그 조각들 위에 드러누웠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채웠다.


하늘은 검었다. 주위에 보이는 것도 검었다. 그냥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이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구멍은 그 안에서 공격을 받을 때 조금이라도 발버둥치기 위해 준비한 개구멍일 뿐이지,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거미줄이 한 가득 쳐져 있었다.


빛이 세어나오는 그 구멍을 찡그리고 보다가, 궁금해져서 그 구멍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세상에 머리를 처음으로 내밀었던 빛이 나를 감쌌다.


하늘은 푸르렀다.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내가 처음으로 하늘에 대해 생각했을 때처럼, 순수한 빛을 하늘이 품고 있었다는 것에 탄성을 내뱉은 것이다.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다시금 하늘에 대한 애정을 품는다. 다시금 태어난 것 마냥,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을 품는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허나 그 치부는 이미 가득했으니, 그 안을 청소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던 나는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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