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 시작되고 나로서 끝나는, 나에게서 나오고 나에게서 사그라드는.
-활활 불타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바라보고 싶지 않아도 외면할 수 없던 그 업겁의 불길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 불꽃이 얼마나 뜨겁고 사나운지, 나의 뺨을 흝어내는 것 만으로 나는 고통스러워 바닥을 뒹굴었다. 침과 땀, 그리고 눈물로 범벅된 그 얼굴은 깊숙하게 보지 않아도 우스꽝스러운 얼굴이기를.
너는 눈 앞에 있는 것을 지금 당장 외면하지 않았다. 너는 너와 반대되는 것을 사랑하고, 그걸 긍정하는 인간을 극도로 꺼려했으니 말이다. 너는 더욱 더 느껴지는 압박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너를 지금 당장 누르는 것은 무엇일까? 너를 바라보고 있던 스스로의 모습을 본딴 불꽃이 네 몸에 올라탄 것일 수도 있었고, 너의 생과 함께해 온, 이뤄질 수 없는 미래의 업일 수도 있었다. 그것들은 네 목을 조르고 졸라서... 뿌득! 잘라냈을 수도?
우웩. 토를 하고 싶을 정도로 유쾌하지 않은 광경이다. 사람의 육편이란 현실적이라, 그런 현실을 눈 앞에 둔다면 모든 사람은 경악하겠지? 너를 보고 있는 누군가는 눈을 가리고, 그런 너를 위나 바닥에서 바라보고 있을 너는 공포에 떨고 말 것이다.
답지 않은 감정을 느끼는 네가 미웠다. 영화의 비극을 연기하는 네가 극도로 역겨워... 근데 이걸 말한다 한들, 네 마음이 움직이기라도 할까? 아, 그럴 리는 없겠지. 이미 끈이 끊어진 인형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너 또한 너를 짓누르는 저 무언의 압박들에게 반항도 하지 못할 거야.
너는 현실을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네 몸에 흐르는 것도, 네 몸을 이루고 있는 내장들도. 그 모든 것을 바라보기 무서워했던 것이었기에, 미래를 두려워하고 바라보기 싫어했던 것이다. 이젠 좀 적당히 받아들여야 할 텐데 말이다. 네가 그렇게 부러워 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면 말이다.
언젠가는 너는 그 비루한 몸뚱이를 졸업하고 한없이 스러질 것이다. 하늘에 둥둥 떠 다니는 영혼이 될 거라고.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 아래를 보며 네 하찮은 모습을 보는 것이 그렇게나 두려워 이불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미국의 만화책, 애니 속 한장면, 만화책, 성경, 스너프 필름, 시체, 죽은 과거의 인물들, 생생한 영화...
우웩. 아, 이번엔 네가 먼저 토악질을 한 것이다.
극은 느낄 점이 많습니다.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고,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연기하는 그 장면들은 참으로. 재미있고, 아름다웠습니다. 그게 끝? 간단하다 못해 단출한 표현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이니, 이해가 되지 않던 게 몇 가지 있었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움만을 보고 살아갔습니다. 솔직히, 예술가들의 생각은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러한 의미로 만든 것이다. 저러한 의미로 만든 것이다라며, 설명만 해준다면 좋을 것을, 사상, 상상의 자유를 주어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하나의 예술이라면 예술일까.
저는 여러가지를 보았고, 그 여러가지를 연구하며, 조금이라도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짓굳게 몰아붙였습니다. 헌데, 부족한 머리는 그걸 포용하지 못하고 허용하지 못하여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저런, 아쉽게 되었네요.
이 작은 머리에 주먹만한 뇌가 들어있을까? 그것도 머리라고, 코웃음이 나왔습니다. 아, 아니라면 이 뇌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통 속의 뇌라는 것도 있지 않았습니까? 한동안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아, 이런. 언제적 일이냐며 누군가가 웃었습니다.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고통은 나누면 괴롭지만 웃음은 나누면 나눌수록 좋지 않습니까. 나누기 싫은 사람이 있고 나누면 안되는 기쁨이 있어.
아, 예술이란 참으로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느껴지는 것은 있더군요. 무서웠다는 일심의 감정이 제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습니다.
허무함과 인체구조적인 모습들이란 경이로웠습니다. 아, 저것들도 머리에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저도 언젠가는 저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생겼습니다. 저걸 따라할 수 있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재능인게 틀림없겠죠. 하지만 저는 누군가를 따라하기도 벅찬 인간인지라 그만뒀습니다. 아니, 그만둔다라는 생각은 오만방자했습니다. 그만둔 것이 아닌, 불가능했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이번에 새로 생겨났습니다. 굉장했습니다. 멋졌습니다. 저도 언젠가 저렇게 되야 되지 않을까요? 누가 되래? 누가 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저에게 기대합니다. 언젠가 저런 작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따라합니다. 그렇기에 인형, 그렇기에 가면, 그렇기에 우인.
제가 만든 현실은 잔혹했습니다. 현실이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기대에 짓눌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현실을 무서워하며 제가 만든 이불에 둘러 쌓여 제가 만든 증오와 여럿 생길 감정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