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이 있으면, 술이나 마시고 그냥 자!

-아니, 미친 화상아. 그걸 네가 말하면 안되잖아.

by 인간실격

일주일, 이주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머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득차게 되었소. 오, 부디 사랑이라는 낮간지러운 단어를 사용하지 마시오. 그저 침입자의 방문일 뿐이니. 이젠 슬슬 모더니즘 작가를 연기하는 것은 꽤 힘에 부치기에, 이만 작별을 고하려고 하오. 굿바이.


어쨌든, 이주일 동안은 시체마냥 지내고 말았다. 하루종일 비관적이고 우울한 생각에 빠져 살았던 나는 잠수부 흉내를 내며 심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중에 글을 쓰는 것은 좋은 해결 방식이 아니었다. 우울한 느낌을 이용해서 글을 쓰는 것은 확실히 재미도 있었고, 실력이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그것이 끝이었고, 진짜 실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머리는 차갑게, 심장을 통해 쏘아지는 이 붉은 피도 차갑게... 그렇게 생각했던 몸은 정말 시체처럼 변하기 시작했고, 점차 감각조차 사라졌다. 어느 날 하루종일 생각에 빠진 나는 코가 찌르르한 것을 깨달았다. 오, 이제 힘들어서 코피가 나는 건가? 우스갯소리로 학교의 책상에 앉아 있던 나는 눈을 감았다 뜨니 2교시 정도를 기절한 것을 느꼈다.


아니, 눈을 한 번 뜨고 일어나니까 두 시간을 킵한 건 뭔 농담이지? 태도 점수가 무서울 정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나는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흔히 말해서 성질을 내는 것이었다. 분명 잠은 5시간으로 나 치고는 충분히 자고 일어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분명 오늘도 새벽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채 오전 6시까지 수면에 들었었고, 아침에 일어나 부랴부랴 이빨을 닦았을 터인데,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힘들어 했던 것인가.


비관적인 생각이 머리를 후려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머릿속 부정과 긍정이 손을 잡고 나를 물 먹인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무엇이 어찌됐든 그날 이후로도 나는 시체와 같은 삶을 이어갔고, 입과 몸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를 하고 말았다. 브런치북 연재와 그날쓰기로 했던 웹소설의 완결을 끝내는 것을 까먹고 있었지 않았는가.


중점은 그것들을 잊은 것이 아닌, 나는 나 다름대로 중요했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결국, 급하게 웹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졸작의 마지막을 지은 후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니, 그 다음에는 침대 밑 괴물의 손이 내 몸을 감싸지 않던가.


뭘, 또 다시 시작되던 미래의 생각이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편히 살자,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엇나간다고 생각되는 내 정신을 잡아 뺨을 때렸다.


살기 좋은 미래 설계는 재미를 위한 질 나쁜 농담. 분명 어른이 된다면 나는 나쁜 선택을 할지도 모르지. 만약 그때가 온다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내 머릿속에서 한숨을 푹 쉰 머릿속 다른 내가 내 머리를 한 대 강하게 때렸다.


'힘들면 염병할 지랄을 그만 떨고 술이나 퍼 마시고 자!'


아마 단잠에 들어가려 했던 잠을 깨웠던 것인지, 여러 욕설을 하며 다시 안으로 들어간 내 안의 작은 친구는 숨을 죽였다.


술을 마시는 건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술을 마시고 된통 취했었던 나는 취한 줄도 모르고 부모님 중 한 명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었고, 이젠 술을 목으로 넘기면 다시 반송되는 택배 마냥 술을 토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통 잡지 못하는 인생의 고난 때문인지, 이번에도 나는 술을 입에 댔고, 그 다음날에는 신기하게도 숙면을 조금 취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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