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한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게 아름다움이 있기를

-모든 것을 소외하는 것은 나였다. 안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어려웠다.

by 인간실격

학교에 대한 증오심조차 사라지고,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나만 남아있었을 때, 나는 또 다시 나 홀로 소외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 다시 찾아온 시험기간에 쓰린 배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다 보니, 또 다시 나만 빼고 성적에 관한 것을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만 제외하고,라고 말을 하기에는 나는 이미 공부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내 머리에서 제외했으니 별 상관은 없었다. (그것 또한 불완전한 긍정에 불과하니, 너는 아직도 어리석은 인간이였다.)


아버지와 싸웠던 모의고사날, 아니, 그 전부터, 나는 학교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음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외면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척을 하는 것이 나였고, 덕분에 이젠 학교를 가는 날이 있다면 무력감에 휩싸여 날 마다 눈물을 흘리기에 이르렀다. (무엇을 숨기랴, 그것들을 전부 불러들어 일으킨 것은 너였다. 너는 빛을 따라 그곳으로 갔고, 너는 그곳에서 투명한 괴물을 보았다.)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달리,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에 비해 불확실한 미래를 살게 된다. 그런 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들었던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까닭은 분명 내가 또 다시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자신의 미래가 두려워서겠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겠지. 그것이 공부일지라도, 확실한 꿈이 있다면 그것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다만, 너는 달랐다. 각오도 꿈도 애매한 상태. 지금의 너는 딱 그 정도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너는 재능이라는 요소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노력을 해야만 공부를 당당하게 빼먹을 수 있을 텐데... 너도 알 것이다. 이것도 철저한, 역겨운 자기 위로라는 것을.


이제와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까, 이제와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의 말대로 하나에 목숨을 걸고 넘어질 수 있다면...


-공부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다만, 세상을 살아갈 만큼의 지식은 쌓아야만 한다. 학교는 그런 것을 배우는 곳이지, 미래를 개척하는 곳이 아니다. 진정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망치는 것은.


-너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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