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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우 Oct 07. 2023

무제 #1

사색, 한 가지 색

 자멸에 앞서, 기둥을 하나 잡고 그 주위를 돌아 줄기를 뻗어나가고자 한다. 가볍게 종자를 퍼트리는 건 어려울까? 작은 뼈대를 감추기 위해선 부품들이 녹슨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낸다. 자유가 의무가 되고, 통제에서 즐거움을 느껴야만 한다. 매번 똑같다. 결국에 성장하는 건 헛된 기포로 외관을 치장해나간다. 작은 손짓에도 쉽게 터져버리고 다시 형태를 취해야만 한다. 변화한다는 건 보통 선을 그어놓은 장소 안에서 규칙을 지켜 경기를 이어나간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선 주위의 칼부림으로 상처를 입고 나서야 경각심을 느끼고 탈출하려고 한다. 내가 바래왔던 게 분명히 있었으면 좋겠다. 허전함을 채우고 공허를 가득하게 만든다. 현대인의 비애를 보고서 다행이라고 느끼고 싶다. 절망을 수용하지만 불안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을 추구한다. 몸을 씻어내는 건 자연이 만들어 낸 치유이자 망각의 수용소이고 심연의 방아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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