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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우 Oct 08. 2023

무제 #2

사색, 한 가지 색

 우연으로 찾아온 야릇한 감정을 필두로 인생을 바쳐 행동을 나선다. 진정한 처음이 된 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은밀하고 저조한 기분을 아래로 두 개의 심장이 미칠듯이 날뛴다. 결말을 보지 못한 영화를 계속해서 되새긴다.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한 문제를 편지로 모두에게 이야기한다. 심장을 움직이는 톱니바퀴는 망가져서 자꾸만 관념을 비꼬게 된다. 추악한 행태를 우연이라 치장하며 격한 주먹을 내지르며 모른체한다. 고독한 독백을 이루어나가지만 결말을 항상 확인해보고 싶다. 앞은 위를, 뒤는 아래를 지배하고 관리한다. 가끔 선을 나와 넘어지기도 한다. 이제 다른 -를 탐구하는 건 무리다. 그저 스스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동할 뿐이다. 이대로면 언젠가 폭사해버릴 걸 알면서도 우연을 가장하며 운을 시험한다. 귀납적으로 실패는 없다.


 어제는 눈이 내렸고, 하늘은 여름을 싫어하면서 바다는 여름을 좋아하게 된다. 눈이 내리면 거리가 가득해지고,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공허에서 생존한다. 거리에 사람이 오지 않는 외진 하루는 바다도 겨울을 추구하고 여름을 선호하지 못한다. 나는 눈을 마주보지 못하지만, 우연에 빗대 볼을 맞대며 손끝을 스치고 세 번의 온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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