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한 가지 색
눈이 내리고 있는 오늘, 가벼운 치장으로 외출을 해보려고 한다. 상상력은 어려우며 원하는 형태가 아니고, 조건을 가지지 않고 현재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못을 빼내며 울분을 토해내는 아름다운 작업을 좋아한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표현을 사랑한다. 신비는 갑옷을 씌워주며 보석을 감춰놓은 듯한 명품에 옷을 빌려주게 만든다. 하지만 이제 거울의 같은 일면을 계속해서 보여주다보니 조금 겁이 나려고 한다. 다른 모습을 어떻게든 숨겨내서 보여주고 싶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자그마한 공간에선 더 이상 뿜어낼 수 있는 향기가 남아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레 악기를 연주하던 피아니스트의 손은 점점 흥미를 잃어 자그마한 추억으로 남아나려고 한다. 지도를 확인하고 방향을 다잡아야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스스로 망치를 부여잡고 미지를 탐험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손잡이도 아마 존재한다. 항상 연주는 책 한권을 채우지 못하고 도입부에서 환호를 그만두고 싶어서 악보를 거꾸로 놓아 착각하게 만든다. 눈이 다시 내리게 되는 하루는 이 색깔을 기억하고 타인에게 나타내지 못하는 욕구를 찾아내 쾌락을 가져갈 수 있을까. 몇 발자국 걸어가지 않은 하루는 뒤돌아봤을 때 발자국을 사랑하고 도주로에 서서 행복을 느낀다. 내심 흔적을 이끌어주는 타인이 없어 외로운 술잔을 기울이며 비쳐지는 무지개를 바라본다. 하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원형으로 터전을 넓혀가는 헛된 시선을 책임지며 걸려오는 연락을 핑계로 식어버린 모닥불을 짓밟아 재를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