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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우 Oct 14. 2023

무제 #4

사색, 한 가지 색

 나는 단 한 번도 올바른 사랑을 이루어본 적이 없다. 내가 겪어왔던 모든 사랑은 형태가 비툴어져있는 잘못된 관락이었다고 돌이켜본다. 절박하다고 빌어왔던 게 순간의 관념으로 영원을 착각하게 만들고 결국 단 한 번도 진실을 원하려고 한 적은 제대로 없다. 계속해서 작게나마 되묻고 의지를 다지며 생각을 고쳐내지만 결국 이루어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점점 파국 속으로 치닫는 모양을 갖춘다. 가면을 겹겹히 쌓아내가며 내가 바래왔던 환상이 점점 치욕적인 색깔로 더렵혀진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 색욕에 취하지 않고 잔잔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이제는 상대를 대하는 눈빛이 이상해지려고 한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나는 아마 시력을 잃고 사랑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선선한 바람에 취해버릴지도 모르겠다. 밤이 늦어지고 내가 오늘 해야하는 일들은 산더미로 쌓여 있는 중이다. 제발 나를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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