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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렇게

고요의 현상학

by 열인

고요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얻거나 이루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원하지 않는 일,

무엇도 원하지 않는 일.


고요해지길 바라지 않는 것,

심지어 고요를 원하지 않는 마음조차

놓아버리는 일.

그 자리에서 비로소 스스로 깃드는 고요.


어떤 것이 일어나더라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는 일.

좋은 것이든, 불편한 것이든

그저 오게 하고, 머물게 하고,

그저 흘러가게 두는 일.


무엇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도 않는 일

또 하나의 바람이기에.


내려놓고 나면

남는 것은

내려놓은 것도

내려놓은 이도 없는 그 자리.


멈추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멈추는 곳.


그저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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