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느낌에는
옳음도 그름도 없다.
그저 일어날 뿐,
누구의 의지도 닿지 않는다.
한 줄기 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다시 가슴을 지나가듯,
기쁨도 슬픔도 —
무대에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 일 뿐.
마음을 거두어도
감정은 그림자처럼 따라 오고
감각은 여전히 텅 빈 선율로 춤춘다.
믿을 수 없어도
알 수 있다 —
지금 이렇게
아프다는 것을.
뛰어들지 말고,
붙잡지도 말고,
다만, 느끼는 그 자리를
고요히 열어 두면
느낌은
그 자리에 머물다,
마치 종소리처럼
아득히 사라진다.
그 침묵의 잔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