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1) 몸
몸은 움직인다.
움직이기 때문에 느끼고,
느끼기 때문에 지각된다.
그러나 언젠가 그 움직임이 멈출 때,
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이상 ‘나의 것’으로 인식되지 않을 뿐이다.
(2) 의식
의식은 욕망을 따라 흘러간다.
그러나 욕망이 멈추는 순간,
의식은 자기 자신을 향해 돌아선다.
그 빛이 자신을 비추는 동안,
의식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니라 ‘지각’이 된다.
더 이상 무엇도 잡지 않을 때
의식은 무한히 투명해진다.
(3) 고요
고요는 멈춤의 완성이다.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사라질 때,
그곳에는 없는 것이 아니라 ‘
있는 그대로의 있음,
정지는 소멸이 아니다.
사라짐은 부재가 아니다.
고요는 단지,
모든 것이 제자리에 머무는 상태.
그때 비로소 안다.
행복과 기쁨, 아름다움, 즐거움, 미소, 감사는
이 고요의 중심에서 이미 피어 있었음을.
에필로그
고요는 끝이 아니다.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비로소 우리는 함께 있음을 느낀다.
고요 속에서 존재를 꽃피운 사람들은
서로가 물러서며
마침내 마주 선 그 자리에서
그 고요한 여백 속에서
함께 있음의
예술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