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의식의 층위

고요의 현상학

by 열인

(1) 몸

몸은 움직인다.

움직이기 때문에 느끼고,

느끼기 때문에 지각된다.


그러나 언젠가 그 움직임이 멈출 때,

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이상 ‘나의 것’으로 인식되지 않을 뿐이다.


(2) 의식

의식은 욕망을 따라 흘러간다.

그러나 욕망이 멈추는 순간,

의식은 자기 자신을 향해 돌아선다.

그 빛이 자신을 비추는 동안,

의식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니라 ‘지각’이 된다.

더 이상 무엇도 잡지 않을 때

의식은 무한히 투명해진다.


(3) 고요

고요는 멈춤의 완성이다.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사라질 때,

그곳에는 없는 것이 아니라 ‘

있는 그대로의 있음,


정지는 소멸이 아니다.

사라짐은 부재가 아니다.

고요는 단지,

모든 것이 제자리에 머무는 상태.


그때 비로소 안다.


행복과 기쁨, 아름다움, 즐거움, 미소, 감사는

이 고요의 중심에서 이미 피어 있었음을.



에필로그

고요는 끝이 아니다.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비로소 우리는 함께 있음을 느낀다.

고요 속에서 존재를 꽃피운 사람들은

서로가 물러서며

마침내 마주 선 그 자리에서

그 고요한 여백 속에서

함께 있음의

예술은 피어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