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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VOT POINT

고요의 현상학

by 열인

명상의 순간

알아차림은

빛처럼 고요히 퍼져 나간다.

그 빛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그 빛을 따라 흘러간다


마음은 언제나 움직이는 것에 끌린다.

흐르는 소리, 흔들리는 감정,

붙잡히지 않는 생각 하나에도

집중은 긴장을 낳고,

긴장은 다시 고요의 문턱에서 멈춘다.


그때 모든것이,

회전의 중심축에 서 있는 듯.


그러나 그 중심은

움직임의 끝이 아니라,

움직임과 고요가 서로를 비추는 자리,

안의 세계가

조용히 회전하는 곳이다.


그렇게,

바람은 지나가고

시간은 돌지만,

그것은 돌아보는 눈이 된다.

움직임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힘이 된다.


맴도는 소용돌이,

벗어나지 못하거든,

그저 깊게 숨을 쉬자.

숨을 들이쉬며 받아들이고,

내쉬며 놓아주자.

몸이 기억하는 리듬 속으로

다시 춤추듯 걸어 들어가자

작은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

그 미소가 무거움을 녹인다.


움직여도 좋다.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걷고,

낯선 바람 속에 마음을 씻어도 좋다.

때로는 한 줄의 문장을 적으며

하루를 다독여도 좋다.


그 모든 것이

다시 중심으로 되돌린다.

움직임이 멎는 자리에,

조용한 빛 하나가 남는다.


알아차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비추는

그 안의 가장 깊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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