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
몸이 사라진다는 것은,
몸이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몸에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때 조용히 사라지는 건
인식 일뿐.
움직이지 않는 것에 머물지 않는 의식은
초점이 풀리고
다만, 몸을 더 이상 지각하지 않게 되는 일.
그러나, 오래 전 부터
욕망과 의지는
집중이 출발하는 라인에 서 있었다.
그 선에 언제나 남겨지는
숨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긴장을,
알아차리면
시작되는 그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깃드는 고요.
그 고요는 멈춤이고,
멈춤은 곧 사라짐이 된다.
그러므로
결코 사라진다는 것은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
단지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는 일.
그리고 아직,
그 자리는
조용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