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렇타 할매
기억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리운 것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이고,
힘들었어도 그때를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화를 내기도 하고,
언성을 높여 말하기도 하고,
울먹이기도 했던
그런 그녀가, 울 엄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조카들은 엄마를 ‘그렇타 할매‘라 불렀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려도
대답은 늘, 그렇타—
그 한마디에 세상 모든 허락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따라 더 그립고 그립다.
2. 그렇타 할매의 신랑은
바람둥이였다.
시골 과부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추운 겨울이면
동양화를 즐기고,
농사짓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중학교 중퇴를
늘 아쉬워했다.
겨울마다
신랑의 빈자리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렇타 할매의 눈빛 속엔
미완의 봄이 있었다.
그렇타 할매는
세 딸을 낳고,
아들을 낳았더라면
달라졌을 삶을
종종 궁금해했다.
먼저 신랑을 보내고,
석삼 년을 더 혼자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렇타—
그 한마디처럼
조용히.
3. 그렇타 할매의 집
기억 속에 자리한
그렇타 할매의 집은,
할매의 피부처럼
흙벽이
바람에 쩍쩍 갈라지고,
처마 밑에는
제비 대신
그리움이 둥지를 튼다.
그녀는 떠났지만,
집은 아직도 그렇타—하며
바람에 답하는 듯,
문턱을 넘는 발소리마다
그녀의 발끝이 남아 있는 듯,
저녁이 되면
된장국 냄새가
또 한 번,
담장을 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