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벌레에게 지쳐버린 이들에게

무기력함과

by 서도현

우울함의 가장 기본적인 값은 '지침'이다. 인간은 어느 순간, 온몸의 에너지가 고갈되면,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허망하게 행동한다. 우울이 바로 그러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에서 오는 우울과, 그저 온몸이 지쳐서 오는 우울은 분명 다른 궤를 걷는다. 전자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츰 아물어 간다면, 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무기력의 늪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무기력은 나를 침대 아래, 이불 속 어둠으로 끌어당기고, 온몸을 짓누르는 그 무거운 기운 아래서는, 손에 쥔 휴대폰조차 감당하기 버거워진다.


무기력은 참으로 무서운 적이다. 나라는 존재를 한낱 쓸모없는 인간으로 낙인찍어 버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저 '게으른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만, 게으름과 무기력은 엄연히 다른 존재다. 게으름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지만, 무기력은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무기력은 나의 모든 가능성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나를 가둔다. 우울은 내 마음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벌레처럼, 이따금씩 너무나 허겁지겁 내 마음을 파먹어, 극심한 아픔을 안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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