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 총!! 총!!!!!!
미국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뉴스만 틀면 흔하게 나오는 소식, 미국 총기 난사 사건.
미국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Gun이라는 단어가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미국 사람들은 집에 총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데”
“코스트코만 가도 총을 판데 ”
“누구나 총을 살 수 있다잖아”
“총 갖고 놀다가 애들이 뭣도 모르고 눌러서 그만 탕! 탕!! 탕!!! “
총! 총!! 총!!!!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유난스러운 인간이다. 겁도 많은 내가 할렘가를 가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가는 관광지만 다닐게 뻔한데 무슨 걱정을 그리도 하는지, 나도 내가 참 어이가 없다. 총이 문제가 아니라 내 눈앞에 닥친 현실이 제일 문제다. 여권, 비자, 여행자 보험 등등등 가기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퀘스트들을 정신없이 완료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미국행 비행기에 앉아 있었다.
여권! 비자!! 보험!!! 퀘스트 완료!!!!!!
이번 여행은 시댁 식구 포함 8명이 함께 가야 하는 대장정이었다.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시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남편의 할머니와 삼촌, 고모들을 만나러 간다는 의미가 더 컸기에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다. 그래서 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별다른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보긴 했지만 다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멀고 먼 시애틀로 향하는 대가족의 대장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