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 "함께"의 깨달음 2

(2) 버팔로행, 둘이 된 여행의 시작

by 윤예진

1월 4일은 언니와 헤어지는 날이었다.

언니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동생은 언니를 보며 부럽다고 했다.


“나도 같이 한국 가고 싶어.”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이제 우리는 한 달이 조금 넘는 미국 투어를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동생은 뉴욕에서 이미 진이 빠져 있었다. 뉴욕을 방방곡곡 돌아다닌 뒤였으니 피곤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몸이 지치는 걸 알면서도 설렘이 더 컸다. 이 여행을 정말 오래 기다렸으니까.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언니는 JFK로, 우리는 버팔로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기 위해 라과디아 공항으로. 택시는 각자 따로 타야 했다. 헤어지는 순간이 더 선명해지는 방식이었다.


언니가 더 휴가를 쓸 수 없을까 며칠 전까지 같이 고민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집 이사 일정이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언니가 조금만 더 함께했다면 여행은 더 편하고 더 든든했을지도 모른다. 셋이서 나누던 짐과 마음을, 이제 둘이서 감당해야 했다. 100을 둘이 나누는 것과 셋이 나누는 건 분명 다르다.


택시에 캐리어를 싣고 숙소를 떠났다.

브루클린, 안녕. Avenue J, 다음에도 보자. 말로는 가볍게 인사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씁쓸하고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꼬르륵거리는 배를 달래려고 베이글을 샀다. 나는 딸기 크림치즈 베이글을 골랐고, 동생은 세트 메뉴를 시켜 나눠 먹었다. 그리고 비행기에 타자마자 동생은 출발하기도 전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뉴욕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뉴욕의 겨울은 특히나 추웠다. 뉴욕에서 지낸 "겨울"의 기억이 떠올랐다. 덜덜덜. 얼굴이 찢길 듯한 바람과 건조한 공기.


한 시간쯤 날아 버팔로 나이아가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레인보우 브릿지 쪽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표지판도 낯설고, 방향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여기가 맞나?’ 확인하느라 괜히 심장이 빨라졌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버스는 그냥 카드 찍고 타는 방식이 아니었다. 정류장 앞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서, 그 티켓을 넣고 타야 했다. 그것도 현금만 가능했다. 나는 지갑을 열어 남은 현금을 세어 봤다. 두 사람 티켓 값을 사기엔 부족했다.


오 마이갓.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매표소와 정류장을 왔다 갔다 하며 휴대폰을 붙잡고, 주변의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정말 현금만 되나요?” “카드는 안 되나요?” 불안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마침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드로 찍어 보기로 했다. 안 되면 내리면 되니까.


삐빅.


인식되지 않았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속에서,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머리 위에서 종이 뎅— 하고 울리는 기분. 그 순간, 버스 정류장에 있던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제가 낼게요.”(물론, 영어를 번역한 것)


그분은 지갑을 열어 동전을 꺼냈고, 우리 남매의 버스비를 대신 내주었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세상은 힘들기만 하라고 놓아두지 않는다는 걸, 그날 처음 배운 것처럼 선명하게 느꼈다. 나는 계속 고맙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이 은혜는 잊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속에 꼭 쥐었다.


우리는 버스에서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도 함께 확인했다. 그분은 현지인이었고, 자녀와 함께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자녀도 다른 나라에서 유학 중이라고 했다. 나는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동생과 여행을 시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낯선 땅에서 누군가의 친절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게 남는다. 여행의 첫 장면이 풍경이 아니라 사람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이 좋았다. 당황과 불안으로 시작된 하루가, 따뜻한 온기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도.


버스에서 그분이 앉아 있던 자리까지 나는 아직 기억한다. 뒷문이 열리는 쪽에, 자녀와 나란히 앉아 있던 모습. 동생과 나는 그 기적 같은 도움 덕분에 얼굴에 미소를 얹은 채, 둘이 된 여행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다짐했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낯선 도시가 될 때, 나도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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