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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Jul 29. 2023

나의 반려자는 내 맘 같을 수 없다

넌 네 맘도 모르는 바보

분명히 내가 좋아서 한 선택이다. 나와 비슷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이라면 살면서 나를 이해해 주고 지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래도 있었기에 선택을 한 것이다. 나 역시 충분히 그를 지지하고 믿고 사랑을 할 것이란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에 의해 알고 있었고 이 사람과도 마냥 쉬울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적어도 힘든 일이 닥쳐도, 서로 의견이 달라도 대화라는 것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우리에게는 분명 존재한다고 믿었다.


착각이었다. 나도 착각했고 그도 착각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 배려심 많고 양보 잘하고 친절한 우리는 서로에게는 한 치의 양보가 너무나 힘든 사람들이었다. '죽을 때까지'라는 말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갈등만이 움직이지 않는 산처럼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과 남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좀 더 성숙한 단계로 올라서야 하는 기로에 다다른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숙한 매력이 결혼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하지만 미성숙한 두 인간이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해대 결코 서로의 가슴에 가 닿지 않는 말을 대화라고 우긴다.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지치지도 않고 서로에게 끊임없이 돌아오지 않는 말을 던지는 까닭은 아마도 자존심을 밑바탕으로 깔고 겉으로는 아닌 척 이쁘게 포장된, 아직은 사랑때문이라 주장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서로를 발견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놀랍게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만큼 내 반려자를 이해하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남편에게, 아내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내 마음과 기분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설득하고 보여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와 인내, 그리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족에게는 더 쉬울 것 같은데 반대로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관계가 냉랭해진 후였다.


반 평생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일을 했었는데 정작 반려자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내 마음을 꺼내 놓고 그에게 나의 진심을 탈탈 털어 보여줄 수만 있다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결국 내가 아닌 타인에게 나의 진심이 닿게 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 이것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에 대해서 또 설명을 곁들여야만 한다. 그가 듣든, 듣지 않든 말이다. 그것은 나를 점점 지치게 한다. 내가 노력하는 것만큼 상대방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가 고양이에게 놀자고 건드리는 행동이 고양이에게 위협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 두 사람의 언어와 행동은 개와 고양이인 것이다.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그 시간이 다르고 장소가 다르며 방법이 다르다. 쌓이고 쌓이는 오해는 서로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 간다. 나의 선한 의도를 오해하는 내 마음 같지 않은 상대방은 점점 미워진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다스릴 수는 없지만 타인의 행동에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다스릴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감정을 터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한 대안이 있는데 바로 그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치를 인정하여 두려움과 수치심의 대부분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오롯이 당신 안에 있다."

<성공하는 결혼생활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내 마음 같지 않은, 더 이상 나를 알아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나의 반려자에게 느끼는 내 안의 미운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보기만 해도 속 터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엉덩이를 발로 차고 싶고 왜 이렇게 내 말을 듣지 않느냐고 소리 지르고 싶은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고 어디로 돌려야 내 정신이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저 나와 나의 반려자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 나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것. 전체라고 생각하고 사랑했던 부분이 그저 그의 작은 한 부분이었을 뿐이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내 마음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그에게 서운함과 미움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 노력은 나만의 몫인지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득도하여 내 반려자보다 더,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 노력하지 않은 그를 내려다보며 비웃어 줄 날을 위해 지금의 힘듦을 인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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