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Dec 22. 2021

아들 둘, 엄마의 장광설

식물들은 일 년에 한 번은 꼭 겨울을 지낸다. 죽음과도 같은 그 시간을 지내며 다음에 올봄을 기다린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져도 봄은 오기 마련이다. 빙하기가 오기 전 까지는... 그러나 아직 빙하기는 아니니 봄은 올 것이다. 봄은 회복의 시간이다. 부활의 시간이다. 겨울 동안 힘들고 외로웠던 그 시간을 온전히 보상해준다. 봄이 안 올까 하는 걱정에 지레 죽어버리는 나무가 없듯이 나에게도 겨울과도 같은 이 시간이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시간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나는 벌을 받아 마땅한 나쁜 사람일까? 수없이 되네이며 자신에게 물어봤던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며 그저 세상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고 살아가길 바랐던 나였다.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그래도 좋은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과거의 나에게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결국 지금 나에게 온 겨울은 나쁜 사람이냐, 좋은 사람이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계절이 순환하듯 그렇게 내 인생에 겨울이 온 것뿐이다.


나의 이쁜 작은 아들. 하지만 마냥 이쁘기만 한 것은 아닌 그냥 내 자녀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내가 세상에 없어도 아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는 것이 지금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제까지 실수로부터 배웠던 모든 것들을 다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자녀는 스스로의 실수와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부모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큰 아들도 마찬가지이다. 몹쓸 큰 아들.... 내가 스스로 선택한 큰 아들을 사랑하지만 또한 미워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한다. 큰 아들이 언젠가 성장하여 나와 같은 부모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작은 아들은 매일 똑같은 것을 매일 새롭게 배운다. 앉아서 밥 먹기. 손 씻기, 옷 입기, 안전하게 걸어 다니기, 잠잘 때 이불 잘 덮고 자기...

큰 아들도 매일 똑같은 것을 매일 새롭게 배운다. 옷은 옷걸이에 잘 걸어놓기, 양말은 빨래통에 잘 넣어 놓기, 밥은 한자리에서 먹고 난 다음 일 하기, 핸드폰 너무 오래 하지 않기, 무슨 일이 있을 때 미리 말해주기....

늘 그렇듯 잘 안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칠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들이 내겐 커다란 시련일지라도 내 아들들에겐 내가 사랑이었음 한다. 특히, 작은 아들에겐 내가 사랑으로 기억되어 그 사랑받았던 기억이 오래도록 함께해 내가 없더라도 그 아이가 살아갈 힘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언젠가 봄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걷기를 멈추지 않는...


큰 아들을 자처한 주제에 엄마의 말에 반항뿐인 오춘기 큰 아들도 나와 같은 부모로서 서로의 성장에 축복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 글은 인생이 겨울인 나에게 봄이 오길 기다리며 살아남기 위한, 치유를 위한 글쓰기이다.


엉망진창 내 인생에 언젠가 봄이 오면 이곳에 모두와 함께 봄을 만끽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6. 생존과의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