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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Oct 18. 2023

안전한 혼자, 갈등의 관계

때론 같이,  때론 홀로

복잡하고 빠른 세상이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들은 점점 그 가짓수를 늘려가는데 마음은 점점 피곤이 쌓여만 간다. 일한 뒤 집에 오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소파에 누워서 쉬다 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사람이 없음에, 온전히 혼자서 적막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음에 안정되는 기분이다. 이럴 때면 세상의 그 어떤 소식들도 궁금하지 않고 굳이 이 내적 평화를 깨는 뉴스들도 듣고 싶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일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때로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니까. 조화로운 인간관계란 대가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내가 모르는 다른 얼굴로 일하고, 나와 대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가고 싶지 않은 모임에 참석해야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에 대해 말하기 위해 미리 알아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어떤(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늘 스스로 조바심을 내며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외톨이여도, 혼자여도 사실은 괜찮은데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실 혼자가 편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세상에 지쳤기 때문이리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인맥이라는 끈에 묶일 정도로 세상은 너무나 밀도가 높아졌다. SNS를 통해 그 관계는 더욱더 얽히고설키고 있다. 이런 관계를 좀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때로 혼자가 편한 것을 즐기는 사람보다 계속 혼자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혼자는 갈등이 없다. 오로지 자신만을 만족시키면 그만이다. 갈등에 쓰일 에너지를 스스로의 행복에 쓸 수 있다.


인간이 관계를 맺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 사실 혼자 살 힘을 가진 사람들은 혼자라도 괜찮다. 누구나 갈등을 힘들어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그럼에도 같이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를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혼자라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이상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힘들게, 갈등하며 가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혼자서 안전하고 빠르게 행복에 도달하는 이들도 자신이 아끼는 누군가와 같이 갈등 없이 나눌 수 있는 시간마저 싫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봉합되지 않는 갈등들이 너무나 주위에 많이 있고 언제 그 갈등이 고조되어 터져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살고 싶지 않은 까닭에 같이 하는 것이 힘든 것일 수도 있다. 또 그럼에도 여전히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섬과 같다고 생각한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온전히 소통되지 못하는 관계는 외롭다.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관계는 부럽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재능이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같이 있어도 행복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행복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기가 쉽다. 행복이 삶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것들 중 하나이다. 이타적인 행동 역시 그러하다.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없어도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은 혼자서는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보답으로 준다.


회피하고 싶기만 한 갈등 관계 역시 그저 행복처럼(어쩌면 행복보다는 훨씬 많은 양의) 삶에  많이 널려 있는 고비들일 수 있다. 그것을 회피할 수도 있고 잘 넘어갈 수도 있다. 죽을 때까지 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갈등이란 가시 없이 나 자신이 좋은 것만을 취할 방법은 없다. 욕구의 충돌, 목표와 이해관계의 대립은 계속 세상을 모순되게 만들 것이고 사람들의 관계를 갈라놓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홀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이타적인 마음을 품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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