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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Oct 26. 2023

구직과 사기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나쁜 놈들

집 안에서만 생활한 지가 어언 14년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조차 하혈이 심해 침대에 계속 누워만 있어야 했다. 그 후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역시 아픈 아이를 돌봐야 하기에 나의 24시간이 모자랐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제대로 잠을 자본적은 거의 없다. 아마도 나와 같은 처지의 부모치고 제대로 잠을 자는 분은 없으실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아이는 계속 크고 좋아지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새롭게 생기는 문제행동들도 만만치 않게 생겼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부모라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한 번이라도 시도를 해보시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 식으로의 치료와 교육은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불러왔다.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또 어떤 것은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생기고 방향도 차츰차츰 잡혀갔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 돈'이었다. 내 주위에는 아이를 맡아서 대신 돌봐줄 그 어떤 가족과 친척, 지인이 없었다. 아이는 오로지 내 몫이었기에 부업을 하거나 (집이 지방에 구석이라 부업거리도 없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꿈도 못꿀일이었다. 남편의 외벌이로만 생활하는 것에 의지하기엔 남편도 힘들고 나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이제까지 알뜰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가 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갑자기 깨닫고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뭔가를 하고 싶었다. 많은 돈은 아니더라도 이제까지 사회적으로 죽은 채로 살았던 나의 삶에 아이의 엄마와 아내 역할 말고 그냥 나로서 온전히 사회에서 작은 역할로써라도 존재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올리고 구직활동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구직 방법도 어지러웠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일하는 데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구직활도 하는데!) 나름 깐깐하고 절대 속지 않으며 조심성이 많은 내가 마음이 너무 앞섰나 보다. 


하나는 구매대행 알바였는데 다행히 손해를 보기 전에 촉이 발동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자막 알바도 있었는데 나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도용하여 다른 폰을 만들었다. 이것도 다행히 내가 먼저 알게 되어 내 폰에 깔린 앱에 떠서 당장 전화해서 다 정지시키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알바 좀 하려는데 이런 사기꾼들에게 걸리다니 내가 재수가 없는 걸까? 아니면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걸까? 나는 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일한 만큼만 조금이라도 내 힘으로 돈을 벌고자 했을 따름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잘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직을 하면서 혹시나 내가 구직을 하려는 곳이 사기는 아닌지 여기저기 찾아보며 수많은 피해사례를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니 내가 돈을 벌려는 마음 자체가 이들의 이용대상이 됨을 알고 기분이 우울해졌다. 열심히 푼돈이라도 모아 가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나쁜 마음이 아닐진대 왜 이렇게 이런 소시민의 간, 쓸 게를 빼먹으려는 악의 무리들이 설치는 걸까? 차라리 돈 많은 사람들한테나 가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했다.


돈의 크기를 떠나서 간절하고 빨리 뭔가를 하려는 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누구나 급하고 간절하지 않으랴마는 너무 급하고 간절한 마음은 바로 앞의 부조리한 상황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사기에 쉽게 노출된다.


이 세상에 사기꾼들이 없어지면 그게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테니 나 스스로 나의 돈과 마음을 단속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방법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많이 알아보고 급할수록 돌아가고 설혹 기회를 놓쳤다 생각해도 그것은 나와 인연이 아니었겠거니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과 물질건강에 좋을 듯싶다. 


오늘도 구직을 하다 사기에 당할 뻔 한 나는 우울한 마음을 쓸어내리고 내일은 좋은 일을 만나리라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모든 구직자들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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