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Nov 17. 2023

인생에 대한 자세의 변화

사람은 늘 마음이 변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든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책을 읽고 그것에서 때로는 방향을, 답을,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세상에서 살아갈 때 좀 더 상처받지 않고 어렵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럴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한국전래동화를 참 좋아해서 매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전래동화의 특징 중 하나는  정확한 권선징악이 이야기 속에 꼭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라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는 약간은 잘못된 세계관이 심어졌던 것 같다. 모든 주인공들은 세상의 잘못된 것을 향해 대항해 잘못을 바로잡는다. 비록 고난이 중간에 있지만 언제나 그들은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성공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내가 몰랐던 점은 그들은 주인공들이었다는 것이다.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는 나는 나 역시 그들이 했던 것처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더군다나 나는 그들처럼 거창한 목표도 아니었고 작고 소박한 목표였기에 세상이 나에게 그렇게 힘든 시련들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나의 인생에 대한 자세는 나의 커다란 의지로 인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패해도 계속해서 부딪칠 수 있었던 것은 어렸기 때문이었다. 다쳐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었던 것도 아직은 내게 시간이 많이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보다 기회는 확실히 줄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정말 그때 그 시절의 그런 힘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진짜 약간 남은 힘은 위급한 상황에 쓸 힘, 그 몇 한을 남겨두었을 뿐이다. 상처는 덜 받지만 이제 인생에 무언가 닥칠 때면 피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사람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같이 생활해 나가면서 조금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지만 결국 서로 각자의 세계만 견고해지는 듯하다. 


현재 내가 지닌 인생에 대한 자세는 내가 지켜내려고 했던 것들을 하나, 둘 씩 포기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나의 의지는 이미 많이 닳아 없어졌고 인생은 나의 의지를 갈고 갈아 작은 스푼처럼 만들어 버렸다. 난 작아진 내 의지를 나를 버리려 애쓰는데 쓴다. 욕심도 버리고, 기대도 버리고, 실망도 버리고, 불행도 버리고, 행복도 버리고... 그렇게 버리다 보면 내 안에 가장 끝까지 남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될지 나도 지금은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기심이, 삶에 대한 욕망이 머리를 들고 다시금 그 의지를 키우려 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인간의 일이란 모를 일이니까 장담은 못하겠다. 


그러나 그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불필요한 인생의 무거운 쓰레기들을 조금씩 버려갈 것 같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어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것      

             - 쇼펜하우어



매거진의 이전글 A Hard Day's Nigh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