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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Nov 14. 2023

A Hard Day's Night

the beatles

나는 비틀스의 광팬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비틀스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 나에게 음악은 클래식이 전부였었다. 나에게 있어 베토벤은 신이었고 쇼팽은 시인이었다. 그 밖에 모든 음악을 하찮게 여기며 동생에게 교만하다는 핀잔을 듣던 정확히 사춘기 시절의 세상물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스타인백의 말처럼 까만 것은 까맣게 하얀 것은 하얗게만 세상을 보던 시절이었다.


세상이 갑자기 뒤집혔던 날도 그러했다. 중학교 1학년의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나에게 있어 잊어버리고 싶은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비틀스를 알게 된 하나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그런 시기이기도 했다.


비틀스 역시 지금의 아이돌과 같이 -그때는 60년대 초였다. 심지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그것에 편승하듯이 영화를 찍게 되었는데 내용이 전혀 만들어지거나한 그런 스토리가 아닌 비틀스의 공연여행과 미국에서의 공연에 관한 뒷 무대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영화에서도 존이었고, 폴이었으며, 링고와 조지였다. 충실히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간간히 노래와 연주도 삽입된 그 영화는 나중에 슈퍼맨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만든 꽤 괜찮은 아이돌 영화였다. 지금이야 유튜브나 여러 가지 마스터 버전으로 볼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내가 중학교 때 이것을 구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지금은 청계천으로 바뀐 바로 그 뒷골목의 여기저기에 뒤져서 이 비틀스의 먼지 쌓인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하였던 것은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집에 소중히 모셔와서 아무도 없을 때 - 감동을 깨고 싶지 않은 까닭에- 감상을 시작했다. 잠도 자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몰려드는 팬들로부터 도망가며 역시 그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악동의 모습으로만 비쳤다.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본다면 매우 피곤한 일이며 사생활이란 보장받지도 못하고 휴식 보장권 같은 것은 있지도 않은 시대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일하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음악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렇게 그들의 재능을 계속해서 쓰는 그런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엄마고 아내이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나의 아이를 너무나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쉬는 시간 따위는 뒷전으로 하면 계속되는 요구들에 부응하고 또 응답하는 나의 생활은 너무나 행복한데 힘듦에 연속이다. 뭐 중요한지 잘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혹은 나의 이기적인 행동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과 함께 역시 변하는 것은 없다.


힘든 나날들이다. 나를 보고 환호해 주는 팬들은 없다. 왜 이것도 안 해주냐는 핀잔뿐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나의 힘듦이 없다면 이 생활은 유지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따뜻함과 배려와 친절 나를 존중해 주는 태도 등이 필요하다. 몰라도 그렇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날 사랑해 주는 것은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의 고된 나날들을 버텨나가기 위한 힘은 팬들의 사이 아닌 팬들의 배려일 뿐이다.


난 여전히 비틀스의 팬이다. 여러 다른 가수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많이 있지만 비틀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 공연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몇 년 전 그 기회를 우리 아이 때문에 놓쳤었다. 그래.... 비틀스보다 내 아이가 우선순위가 맞겠지....


가사에서 개처럼 일만 한다는 그 말이 가슴에 와닿는 건 왜일까?


It's been a hard day's night

and t've been working like dog

It's been a hard day's night

I should be sleeping like a dog

But when I get home to you

I find the things that you do

Will make me feel alright........


그래도 날 꼭 안아주는 것도 너겠지. 난 그거면 괜찮아지는 게 맞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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