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디저트, 좋아하는 음악
요즘 갑자기 할 일들이 밀려오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던 것 같다. 몸이 안 좋아지면서 불면증이 계속되어 수면제가 필요한 밤들이 늘어만 갔다. 다른 것은 모르지만 내가 또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한 탓에 한 번 하기로 한 일에 대해 융통성 없이 내 몸의 상태와 상관없이 그 일을 끝내야만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요즘 해야만 일들로 인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임에도 약간은 우울했나 보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 같다. 언젠가 읽었던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던 이야기였다. 책의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안에 인상 깊었던 내용 하나는 언제나 내가 힘들 때 떠올리곤 했던 메시지였다.
유학을 간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었다. 그 당시 유학이란 것이 돈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던 시절의 유학이었다. 그 두 남녀는 전도 유망한 인재였기에 갈 수 있었던 유학길이었다. 때문에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가난하고 힘든 유학생활일 수밖에 없었다. 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그것이 그들 생활의 전부였다.
그들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모든 것을 절제하고 참기로 약속했다. 그날이 오면 그들은 축배를 들기로 했고, 그날이 오면 근사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할 것이며, 그날이 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않고 아름다운 공원에도 가지 않았고 가고 싶었던 축제도, 음악회도, 강연회도, 친구들과의 모임도 가지 않았다. 그저 그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들은 그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 더 빨리 성공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으로 점점 지쳐 같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어느새 그들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날이 왔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목표를 이룬 날 그들은 헤어졌다. 진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이야기에서 나에게 주었던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그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아니었을지라도 나에게는 아직도 중요하게 기억하고 있는 메시지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가해지는 그 어떤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에게 그 압박감을 견딜만한 힘을 줄 수 있는 자신에게만 허락된 그 무엇 하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그것에 중요성에 대해 몰랐던 것뿐이었다. 그저 모든 것을 목표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날이면 그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 자신의 죄책감이 쌓이고 쌓여 서로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뭔가 삶을 즐길만한 것이 한 가지라도 있다는 것은 그것은 바로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막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것은 죄책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나를 보호해 주는, 나를 힘들고 지친 하루에서, 삶이 주는 압박감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나는 늘 힘들 때면 나에게 허락해 줄 단 하나의 쾌락, 즐거움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때마다 달랐지만 그때 아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지금 역시 난 내 힘든 삶을 견뎌내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쩌면 산책이 될 수도 있고, 달콤한 디저트가 될 수도 있고, 푹 잘 수 있는 수면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옛날부터 내가 무너지지 않게 도와줬던 것처럼 날 붙잡아 주길 바란다. 그것이 무엇인지 예전엔 확실히 알았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것도 열심히 생각해 봐야 알 수 있을것 같아 조금 슬프다.
지금 힘든 내 삶을 붙잡아 줄 나에게 허락된 한 가지는 무엇으로 정할까? 어쩌면 그것을 생각하는 자체가 기대되는 기쁨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