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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Dec 02. 2023

제정신으로 살고 싶다.

제발.



세상에 정보가 넘쳐난다. 서로가 자신의 논리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짜 뉴스나, 음모론,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회의론자까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어쨌든 모든 선택이 열려있는 사회에 살면서 이런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다고 하면 옛날에...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실 것이다. 또는 다른 나라에서 -가까이는 우리 위쪽 지역- 태어나 먹지도 못하고 죽어가거나 전쟁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 맞다. 나는 그들에 비하면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 맞다.


가끔 난 내가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아마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공감하다가도 나중에는 무감각해진다. 이런 내가 맞는 것일까? 역시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웃들, 나와 같은 국민들은 모두 다른 시간과 공간, 문화에서 저마다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한 가지 현상을 놓고도 다른 말들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각자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원인이 그들에게는 있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이 나라를, 이 세계를, 이 사람들을 가장 사랑하는 냥 신념에 찬 헛소리들을 내뱉고 있는 것을 들을 때마다 저들은 어떤 정보를, 지식을, 교육을 받고 선택했기에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려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위에 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점점 세상에 제정신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들의 수가 적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나조차 내가 얼마나 이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는지, 말을 뱉어놓고도 후회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사람은 마음먹은 대로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마음과 행동은 일치되기가 어렵다. 사회적으로 잘못된 여론이 퍼지게 되고 그것이 확신으로 변한다면 그것을 선택한 사회의 개개인이 치르게 될 비용은 얼마가 될지 모른다. 어떤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여 여론을 몰고갈 수는 있을지언정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인 것이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겉으로 보기에만 정의로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것들이 나로 하여금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사는 게 힘들어서, 내가 노력을 해서 정보를 찾고, 그 진위 여부를 알아봐야 하며 어쩌면 그것에 대한 근거까지 뒤져봐야 할지도 모르는 그 긴 선택을 위한 시간과 노력과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것이 문제이다. 사는 게 힘들어 중요한 것들을 선택할 힘이 없는 것.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해를 해야 할 부분에서는 이해를 해줘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잘 구분해 낼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나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달라지고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잘 따라갔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그런 변화들이 조금씩 힘들게 느껴진다. 세상이 자꾸만 나만 남겨 놓고 가려고 하고 있다.


분별력과 인내심을 갖춰 이 정신없는 시대에 제정신을 유지하는 정상인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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