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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Jan 07. 2022

아들 둘, 엄마의 장광설

미치겠어요.

1.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작은 아들은 뱃속에 있을 때도 날 편하게 해주진 않았다. 입덧은 너무나 힘들었고 8개월까지 잘 먹지도 못했다. 그리고 조기 출혈로 5개월까진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나 특별한 아들. 넌 너무 특별해 내가 감당이 안 되는구나. 폐와 심장에 이상이 발견되어 또 엄마의 가슴을 쿵 떨어뜨려 놓았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진료를 보러 다니는 것은 항상 조마조마했다. 언젠가 서울 병원에 갈 땐 교통사고가 나기까지 했으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서울과 지방의 의료 수준만 평준화되어도 수도권의 인구 쏠림현상이 나아지지 않을까? 물론, 직장문제, 교육문제도 크지만 적어도 생명의 문제에서 만큼은 평등해 지길 바란다.


지방에서의 심리적 거리는 이렇게 들판에 덩그러니 있는 집과 같다.


2. 결혼하고 몇 달은 우울했다. 지방은 서울과 달리 자가용이 없으면 다니기가 불편했다. 난 면허증이 없었고 그대는 집에 있는 유일한 차를 타고 나가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와 잠자고 다시 일하러 나가기 바빴다. 나는 대화할 사람이 없었다. 집도 낯설고 길도 낯설고 이곳에 있는 그대도 낯설다. 주말엔 늘 약속이 있었던 나는 갑자기 아무 약속도 없어져 버렸다. 나는 서울에서 사라졌고 이곳에선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그대는 유령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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