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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Dec 13. 2023

불안과 두려움

미래에 사는 마음을 현재로 돌려보자

내가 불안한 이유는 신이 허락한다면 아직은 살 날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나의 죽음으로 세상에 혼자 남게 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삶이 더더욱 불안하고 두렵다. 아직은 많이 남아 있는 이 삶에 젊음보다 나이가 들어감에 하지 못하게 되는 것들 때문에 불안하다. 나이가 든 삶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불안하다. 그럼에도 난 일하고 싶고 다른 사람과 여전히 교류하고 싶으며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런데 세상은 자꾸 나보고 늙었다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사회적 신호를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 받으면서 좌절하고, 포기하자고 마음먹었음에도 여전히 포기가 되지 않음에 불안하다. 나는 이제껏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구체적인 답변을 스스로 할 수 없음에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열심히 살았지만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살았을 뿐이기만 했던 삶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무엇을 이루어가고 있는 삶이 아니다.


반대로 삶에서 젊음이, 건강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져 버리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은데,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여 다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점점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더 이상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면서도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달라지지 않는 자신에게 한심해한다. 오히려 변화를 강렬하게 원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이제는 살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의 기대를 자꾸만 하게 된다. 변화가 불가능한 현재의 자신에게 갖는 이런 기대는 계속해서 언젠가 포기하게 되거나 좌절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경험에서 오는 느낌은 불안을 불러온다. 니체가 이해한 삶의 필수적 요소인 고통은 아직 나를 죽이지 않고 있으니 괜찮은 것인가?


이제껏 삶에 매여 삶 말고 그 자체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는 살아남아 생존하고 있다는 것 말고는 여전히 나와 같이 살아남는 것 말고는 삶에 그 어떤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사랑하는 아이가 이 생에서 어쩌면 그것에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면서 어떻게든 그 삶을 바꿔주고 싶어 하는 욕심을 부리는, 그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다.


이런 나에게 세상사람들이 아무리 비난한다고 하여도 그들은 나를 모르듯 나도 그들을 모른다.

 


삶의 기술은 역경에 처할 때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철학의 위안/알랭 드 보통>


이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만 살아온 나에게 삶은 그 자체가 역경이었다. 아직 그 무엇도 버리지 못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을 남기는 이유는 제대로 실패하지 못한 지지부진한 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삶에 작은 언덕을 넘는대도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넘는 자신이 언젠가 저기 높은 산을 올라가리라고 쓸데없이 목표를 높게 잡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무 기대 없이 하루하루 조금씩 이렇게 글이나 쓰며 위안을 삼는 것이 최선일 수도.


내가 무언가에 도달하여도 여전히 삶의 고통에서 비롯한 불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삶에서 그냥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자기 위안을 하면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

남은 삶 역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두려움과 불안을 데리고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다른 사람에게는 보잘것없는 비천한 삶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나만의 삶이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삶은 쳐다보지 않을 것.

죽기 전까지 사랑하는 아이만에게라도 온전히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인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기대하는 것이다. 내일에 매달리면 오늘을 잃어버리게 된다.

<불안을 이기는 철학/브리지드 딜레이니>


미래에 사는 내 마음을 데려와 불안을 잠재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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