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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Dec 09. 2023

편협한 사람들과 대화하기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인정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현재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우기기 대마왕의 모습이라면 대화 전부터 피곤해진다. 혹시 그 사람이 내게 무언가 말을 시키면 가슴이 답답해져 올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맞지만 그 사람은 내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조금도 지기 싫어하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 편협한 사고에 갇혀서 자신의 말만 우겨대는 사람과 같이 일하거나 생활해야 할 때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 있다. 막막함이란 단어는 계속 자신의 의견만 맞다고 우겨대는 사람들의 그 어떤 말도 듣지 않고 본인의 말만 하겠다는 태도의 벽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나의 말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단단한 벽을 쌓고 있는 그들은 왜 내게 이런 것일까?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우기는 모습으로 대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만일 다른 곳,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우기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그는 정말 자신이 아는 것이 우기는 것 딱 한 가지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이다. 권위주의적인 사람 밑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고 또 그렇게 교육받음으로써 오히려 격려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강화되어 버린 생각이란 세상에 옳은 답이란 한 가지로 정해져 있고 자신이 그 답을 지지할 때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그런 생각이 용케 바뀌지 않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게 돼버린다면-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가 힘든 고정된 의견을 가진,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는 백 날 대회라는 것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 


그저 그 사람의 의견을 강제 경청해줘야만 하는 입장에 놓일 뿐이다. 굳이 내 의견을 피곤하게 내놓을 필요도 없다. 그냥 충분히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들은 만족할 것이다. 만일 그 사람들이 직장 상사이고 배가 산으로 가게 생겼다면 엄청 곤란한 상황이겠지만 그저 잘못된 생각과 판단, 의견에 대한 책임소재만 분명히 해놓으면 된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 슬그머니 내게 자신의 의견을 내 의견이었던 마냥 토스하지 못하게 단단히 해 둘 필요는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고 나에게만 우기고 편협하게 군다면 그는 나에게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말싸움일지라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태도와 말 등이 은연중 그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느끼게 했을 수도 있다. 비록 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순간과 시간은 그의 경험의 한 부분에 있어 굉장히 강렬히 박혀버린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만은 유치하더라도 대화에서조차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세상에 악의로만 똘똘 뭉친 사람은 오히려 만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서 편협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많다. 아마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저 그 세상이 얼마나 크냐 , 얼마나 좁냐의 그 차이만 있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말을 한 의도나 그 사람의 생각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말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그로 인해 나에게 불편함과 고통을 주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나 역시 제대로 된 대화에 집중하고 있지 못함을 인식해야만 한다. 


나 역시 그에게 편협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일 수 있다. 나의 편협함과 그의 편협함의 대결에 승자가 누가 되든 간에 누군가가 자신의 편협함을 먼저 깨닫지 못한다면 계속 편협한 대화 속에 불편함 말고는 남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 딱 책한권 읽고 그것이 세상의 모든 진리라고 착각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다들 편협함에서 오는 무지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내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모두들 세상에 인정받고 싶음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그들도 보다보면 우기기 이전에 뭔가 인정해줄만한 점이 딱히 한개쯤은 있을 수도 있다.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쓰고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계속 대화해야 하는 상대라면 그정도 신경은 쓰고 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가슴이 따뜻해 질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런 따스함이 추운요즘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나 먼저라도 우기기 대마왕의 장점을 찾아 먼저 인정해 줄 수 있는 아량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편협한 사고가 넘쳐나는 이 세상,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그들의 의도보다는 말의 꼬투리를 잡아 공격하는 그런 모습의 사람들을 매 번 마주하고 피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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