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정말 정말 그대는 이렇듯 이기적이란 말인가? 내가 노력해서 간신히 작은 아들을 재웠는데 자신이 보고 싶단 이유로 작은 아들을 깨운단 말이가? 내가 작은 아들과 전쟁을 벌이며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안다면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되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그대도 보냈을 것이다. 거친 세상에서 모진 풍파를 견디며 아늑한 집을 향해 왔을 것이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따뜻한 집을 기대하며 돌아왔을 것이다. 난 그대를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아들은 그대의 위로받고자 하는, 사랑을 주고자 하는 그 마음을 받기엔 아직 많이 어리다. 잠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기를 아이에게 강요해선 안된다. 아이의 적절한 시간과 때를 기다려 줄 수 있는 게 어른이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14. 돌이 되었다! 작은 아들이 이 세상에서 1년을 살아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돌잔치에서 돈을 잡은 작은 아들은 나의 마음을 뒤로하곤 주변에 복을 기원하는 떡을 돌려본다. 아직 걷지 못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건강하게 자라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돌발진도 같이 왔다. 유행에 뒤지지 않는 우리 작은 아들! 내일부터는 걷는 연습 시작이다.
15. 그대는 항상 피곤하다. 모처럼 쉬는 날 작은 아들과 놀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계속 잠만 잔다. 힘들고 외롭다. 기대하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주변에 사람이 그대밖에 없어 자꾸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자꾸 상처받는다. 작은 아들은 아빠가 필요하다. 허리가 삐끗한, 제 몸 가느기도 힘든 뚱뚱한 엄마가 아니라 몸으로 놀아줄 힘센 아빠가 필요하다. 그대는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음을 온몸으로 나타내며 혼자 잠에 빠져 있다. 난 그런 그대를 보며 차라리 푹 잘 수 있게 작은 아들을 데리고 근처 놀이터를 찾는다. 오늘만 이 놀이터에 4번째 온다. 면허증 고 차도 없는 무능한 엄마는 작은 아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