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Feb 14. 2022

이기적인 그대

엄마의 장광설

13. 정말 정말 그대는 이렇듯 이기적이란 말인가? 내가 노력해서 간신히 작은 아들을 재웠는데 자신이 보고 싶단 이유로 작은 아들을 깨운단 말이가? 내가 작은 아들과 전쟁을 벌이며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안다면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되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그대도 보냈을 것이다. 거친 세상에서 모진 풍파를 견디며 아늑한 집을 향해 왔을 것이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따뜻한 집을 기대하며 돌아왔을 것이다. 난 그대를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아들은 그대의 위로받고자 하는, 사랑을 주고자 하는 그 마음을 받기엔 아직 많이 어리다. 잠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기를 아이에게 강요해선 안된다. 아이의 적절한 시간과 때를 기다려 줄 수 있는 게 어른이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14. 돌이 되었다! 작은 아들이 이 세상에서 1년을 살아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돌잔치에서 돈을 잡은 작은 아들은 나의 마음을 뒤로하곤 주변에 복을 기원하는 떡을 돌려본다. 아직 걷지 못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건강하게 자라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돌발진도 같이 왔다. 유행에 뒤지지 않는 우리 작은 아들! 내일부터는 걷는 연습 시작이다. 


15. 그대는 항상 피곤하다. 모처럼 쉬는 날 작은 아들과 놀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계속 잠만 잔다. 힘들고 외롭다. 기대하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주변에 사람이 그대밖에 없어 자꾸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자꾸 상처받는다. 작은 아들은 아빠가 필요하다. 허리가 삐끗한, 제 몸 가느기도 힘든 뚱뚱한 엄마가 아니라 몸으로 놀아줄 힘센 아빠가 필요하다. 그대는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음을 온몸으로 나타내며 혼자 잠에 빠져 있다. 난 그런 그대를 보며 차라리 푹 잘 수 있게 작은 아들을 데리고 근처 놀이터를 찾는다. 오늘만 이 놀이터에 4번째 온다. 면허증 고 차도 없는 무능한 엄마는 작은 아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와 아빠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