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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Feb 24. 2022

그대와의 육아

날로 먹는 그대

16. 작은 아들은 아빠를 먼저 말했다. 엄마가 모든 케어를 홀로 담당했음에도 첫 단어는 아빠로 시작했다. 초보 엄마는 괜찮다.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 말을 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눈치 없는 아빠는 계속 작은 아들을 안고 '아빠, 아빠!'하고 있다. 날로 먹는 인간이다.


17. 그대는 잘 삐진다. 돌 된 아들보다 더 자주 삐진다. 도대체 모르겠다. 하루 종일 작은 아들을 비몽사몽 돌보는 나에게 좀 너그러워질 수는 없는 것일까? 나의 말실수에 화부터 낸다. 그대처럼 잘 삐지는 사람은 내 주변에서 처음이다. 화내는데 기승전결이 없다. 처음부터 극단으로 치닫는다. 당황스럽다. 중간에 대화나 협상의 여지가 없다. 나 자신이 무기력하고 무능하게 느껴진다. 작은 아들을 돌보는 손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18. 작은 아들은 돌이 지나고 곧잘 웃는다. 그동안 잘 웃지도 않고 울기만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아 마음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길 수없이 바랬다. 이런 걱정 가득한 내 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하고 그 누구랑도 상의할 수 없다는 게 괴롭다. 설마 나에게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싫다. 나에게 잘 웃어 주는 작은 아들 얼굴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다잡는다.


19. 갑자기 아픈 곳이 많아진 그대.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무리해서 일했나 싶기도 하고 자기 관리를 못하는 그대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가슴 쪽이 뜨끔 거리고 숨 쉴 때 아프단다. 거기다 머리도 아프다고 한다. 두통도 오래가고 갑자기 CT, MRI를 찍자고도한다. 암이면 어떡하냐고 걱정 아닌 협박도 한다. 그대가 아픈 건 나도 몹시 걱정되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몹시도 경솔한 언사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그대가 그렇게 행동할 때마다 미치고 팔짝 뛰겠는 이 마음은 도대체 누가 알아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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