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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Mar 10. 2022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힘든 기억이 아닌 좋은 추억이길....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거의 8년 정도 투병생활을 이어오셨기에 아마 어머님이 많이 힘드셨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처럼 아프셔도 여기 가족들 곁에 계시고 싶어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그것을 피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또는 현재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혹은 잘못된 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보며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너무 사랑해서 차마 보내지 못해서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어찌 되었던 죽음은 아직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언제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죽음의 길은 안갯속 길처럼 앞을 볼 수 없다.


죽음은 언젠가 올 거란 것을 알고 있다 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남편은 슬픔에 잠겨 몹시 힘들어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나도 힘들었다. 죽음이란 단어 자체는 사람을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장례기간 내내 죽음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 근원에 대한 의문과 나 자신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물론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준비는 미리 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한 명 있다. 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자녀이지만 아이는 스스로 혼자 자립하여 살지 못할 것이다. 평생.... 우리 부부가 떠나면 돌봐줄 이 아무도 없을 텐데... 사랑하는 부모가 갑자기 어느 날 보이지 않으면 아이는 (시간의 섭리에 따르면 그때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겠지만)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울까? 생각하니 벌써 눈물이 난다. 어머님도 남편에게 이런 마음이셨을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간인 내가 이제야 어머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려 노력한다. 


장례식에서 어머님의 형제분들은 어머님의 고생스러운 인생에 슬퍼하고 괴로워하셨다. 너무나 통곡하고 힘들어하셔서 한마디 여쭈었다. "어머님과 좋았던 추억이나 어머님이 좋았던 시절에 대해 기억이 있으시면 얘기해 주세요." 그제야 어머님이 고생만 한 것이 아니라 어렸을 적 첫 아이로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눈물바다가 되었던 장례식장에 어머님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서로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난 앞으로도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가 아니라 부모님께 사랑을 듬뿍 받아 천방지축인 여자아이를 떠올릴 것 같다. 남편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받고 사랑하던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여 만나지 못한 슬픔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도 그걸 알 수 있으면 덜 슬플 텐데... 

우리 모두 죽음 앞에서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덜 슬플 수 있도록 남편과 나, 아이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을 위해 서로 사랑하며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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