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Jun 29. 2024

양들도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눈치 보는 생활에 대해(ft. 손열음님의 피아노 연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주말은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다른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 때 쉬는 것이 다음 일주일을 위한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 주말은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재택근무이기에 일하는 시간과 여가시간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고 가족들로부터 인정받기도 힘들다. 늘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면서도 눈치 보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데 주말에는 가족들 역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더욱 숨 쉴 틈이 없어진다. 나도 쉬고 싶지만 마음이 불편하여 제대로 된 휴식이 될 리가 없다. 차라리 월요일이 낫겠다 싶은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왜 눈치를 보냐고 하신다면 편안하고 조용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라고 말하면 이해가 되실까? 


가정에서의 눈치보기는 직장생활에서의 눈치보기와 어쩌면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서로의 힘겨루기처럼 보일 수도 있고 권력을(권력이라고 말하기도 뭣하지만) 누가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있냐에 따라 눈치 보는 수치가 조금 높아지게 되어 무게의 추가 기울어지게 되는 것이다. 가정은 일반적으로 사회생활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소중한 관계들이 있는 공간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이 공간에서, 이 관계에서만큼은 옳고 그름 없이 자신을 먼저 이해해 주고 존중해 주길 서로 바라게 되는 것이다. 


진짜 이런 관계 속에서 눈치 없는 누군가의 선 넘는 말과 태도는 평화로운 가정의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기 쉽다. 예의 바른 태도는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모두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는 사회생활에서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한다고들 하지만 이것은 가정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원들이고 사랑하는 감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똑같이 이성적인 판단과 예의가 필요하다. 


좀 더 친밀한 언어와 태도를 보일 수는 있지만 가족이라고 편하게만 대하다보면 그것이 앙금이되어 쌓이기가 쉽다. 주변에서 그런 가족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친밀한 관계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기까지 하는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기에 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하거나 과도하게 간섭하려고 하는 가족들에게 왠지 기가 죽고 자신의 의견이 보잘것 없게 느껴지게 되면서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된다. 상대 가족은 나의 기분이나 감정에 대해 전혀 공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은 어떻게 설명을 해서 이해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가족과의 생활은 마음 다침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고 상대방 가족의 말은 자신의 부족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이러니 눈치를 볼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바탕에 관심과 애정이 깔려있다고 가족들은 믿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그들의 간섭과 통제, 밀어붙임, 혹은 무관심을 가장한 감정을 조정하는 일까지 이런 가족과 (어떤 사람이든지 약간의 그런 성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을 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습관화 되게 되면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계속해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족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한 그 누구도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조금 마음을 굳게 먹고 그 가족을 이해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자신감을 키워 더 이상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은 그 가능성에 있어서 조금은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이 딱 한 가지로 나뉘는 것이 아니기에 늘 헷갈리고 혼란스럽다. 눈치보는 이 행동은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배려일까, 아니면 힘에 굴복하는 체념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환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