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싫지만 인정해야 할지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속을 뒤집는 직장 상사와의 관계보다 더 힘든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후배 직원들과의 관계일 때가 많다. 사실 두 사람 다 그다지 관계를 깊게 가져가기 힘든 그저 직장 동료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직장 동료들과 좋든, 싫든 간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기에 조금이라도 서로의 발작 버튼을 모르고 누르는 일은 하지 않고 싶은 것이다. 이런 내 마음과 저들의 마음의 배려가 부디 비슷한 수준이길 바라는 것은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라는 일개 직장인이 아무리 스스로는 자아성취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여도 밖에서 보는 나는 그저 소모품에 지나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도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또한 그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거나 노예가 아니라고 부인하는데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도 않다. 그냥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난 나대로 내 양심의 수준에 맞게 일을 해 나가는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내 생각과 행동을 맞춰주고 싶지는 않은 것은 내 마지막 자존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해주는 것이 공평한 거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구세대의 산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하는 것, 좀 더 업무에 있어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위 사실들 말고 사람들마다 회사 생활에 대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이에 대한 평가 또한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인 부분은 모두가 배려심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선후배를 떠나 사람의 됨됨이에 해당하는 말일 수 있겠다.
작은 차이들이 존재할 수는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배려와 그들이 생각하는 배려가 다를 수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말로만,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 위해 입으로만 떠드는 그런 배려가 아닌 진짜 배려있는 사람은 옆에만 있어도 누구나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인이다. (아마도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배려가 하등 쓸데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개인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가 그 그 순간이다.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자신의 호구처럼 생각하는 그들은 누구의 배려도, 조언도 필요치 않아 보인다.
공정함을 외치고 불평등을 참지 않으며 개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직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처 무례하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어떤 일에나 나서는 것도 보기 싫지만 어떤 일에 있어서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나서지 않는 것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하소연하고 있는 이 기분은 마치 꼰대의 그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 생각이 유연하지 않다는 점,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구태의연한 모습이 된 것 같아 속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의 배려가 꼰대스러움으로 비쳐 보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인 것일까? 현재의 시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낡은 감각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모두 구시대에서 배워온 것이기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것 하나는 나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사실 나도 내 윗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첫 알파벳 세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