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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Sep 22. 2024

가족 같지 않은 가족

그럼 가족 같은 가족은 무얼까요?

가족이란 말속에는 무수한 의미가 들어있다. 사람들 각자가 가족에 대해 기대하거나 생각하는 부분에 따라 그 의미와 느낌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이란 말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따뜻함이 아닐까 한다. 혼자라서 외롭고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채워주기 어려운 부분이다. 가족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물론 그런 것들이 없어도 진정 나를 인정해 주고 알아주는 친구나 지인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환경이나 삶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단지 내가 가진 환경 속에는 가족 역시 그러하다는 것뿐이다. 


나에게 가족은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 않은 것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선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애틋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보지 않고 살 수도 있는, 나의 판단으로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데 억지로 연결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그런 정도랄까? 이게 무슨 가족이냐고 말할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현재 나와 나의 사랑하는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딱 이 정도의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글쎄, 이런 가족 관계가 이상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고 싶다. 나에게는 가족 같지 않은 가족도 분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너무나 지긋지긋하게 힘들게 만들고 있는, 현재에도 내 가슴 어디쯤 묵직한 멍을 만들고 있는 존재가 있다. 피로 연결되어 있기에 어떻게 끊어낼 수 없는 관계는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가족끼리의 부채감과 책임감, 의무감, 죄책감을 자아내는 관계는 스스로의 인간성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행복을 느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만들어진 가족 관계 역시 다를 것 없다. 누구보다 가깝거나 누구보다 멀어질 수 있는 만들어진 관계의 가족은 서로에게 있어 더욱 예의와 존중을 보여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너무 가까운 나머지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여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누구 한 명이 정신을 차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어도 나머지 한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되면 그 관계는 가족이 아닌 것으로 끝나게 될 확률이 높다. 


서로가 잘 되기를 기원하고 자신이 어떤 희생을 하더라도 그것을 기쁨으로 여길 수 있는 관계라면 그것은 가족이 맞다. 그러나 자신이 베푼 만큼 무언가를 다시 되돌려 받길 원하고 자신의 희생이 억울하게 생각된다면 그것은 가족이 아닌 관계일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끝도 좋은 마음일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이 준 것만을 기억하고 내내 억울해한다면 그것은 모든 관계를 망치게 될 수밖에 없다. 만일 관계를 맺고 있는 중간에 억울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 대부분이 그렇다.- 거기서 멈추거나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됨됨이가 좀 더 큰 사람이라면 중간에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스스로 마음을 돌이키거나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자신의 모자람을 빨리 인정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가족이기 때문에 참고, 가족이기 때문에 기다려주고, 사랑하고, 희생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예의와 존중은 어느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족을 책임지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 책임지고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내 마음에 원망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책임과 부담만을 지려고 한다. 서운하고 안 좋은 감정 역시 지워버리고 멀리서 응원하고 격려하고 더 무언가를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만을 가지고 살고 싶다. 상대 가족이 나의 결정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의 선택이기에 존중한다. 계속해서 사랑하는 가족으로 남을 것인지 아닌지는 한 사람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나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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