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도 능력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유독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냥 눈치가 없거나 지능이 떨어지는 그런 사람이 아님에도 다른 사람의 감정, 대화, 행동 등에 대해 공감을 전혀 하지 못함으로써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좀 더 심한 경우 누군가에게 공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진짜 내가 이상한 것인지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인지 헛갈리게 되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직장에서건 사적인 모임에서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거나 친밀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해나간다고 했을 때 관계 맺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대화일 것이다. 깊이 있는 대화에서부터 소소한 대화에 이르기까지 이런 대화들은 사람들의 관계에 있어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그가 했던 경험들을 알 수 있게 되며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어디선가 막혀버리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간혹(혹은 자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들은 대화의 주제에 대해서, 혹은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고 혼자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무시, 핀잔을 주는 등의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특정 이야기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겪었던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판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때 자신이 경험했던 부분을 토대로 다른 사람이 현재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 공감해 줄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은 더 큰 고난을 경험해 왔기에 다른 사람의 현재의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사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민감한 이기적인 존재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자신의 생존이 타인의 생존에 앞서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고 이런 이기적인 부분으로 인해 인류는 험난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왔다. 그러나 이런 야만의 시대에서 조금은 안정된 시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이런 생존본능에 지배되는 이기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삶에 적용시킨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에는 이기적인 부분이 생존에 큰 도움을 주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준 힘에는 타인에 대한 연민, 사랑이란 감정의 도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요즘 시대의 생존에 있어서 전혀 필요 없어 보이는 공감이란 감정은 때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거짓말이나 가식적인 모습, 우월감으로 공격당하기도 한다. 공감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 있어서의 공평함을 더욱 주장한다. 타인의 힘든 경험이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이며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바뀌지 않는 생각 한 가지는 바로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에 있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에 공감해 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것을 자신의 의견은 틀렸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공감은 그들에게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원하는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타인을 깎아내리고 자신만이 인정을 받는 상황이 되어야만 한다. 그들의 마음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 존재하고 있다. 그 밖에 다른 것들이 들어설 공간도, 여유도 전혀 없다.
사람의 마음에 있어서 숨 쉴 구멍이 되어주는 여유라는 공간은 공감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공포와 불안, 두려움, 괴로움, 우울, 슬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늘 집중하여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인간임을 미처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역시 자신처럼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란 것을 알지 못한다. 결국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에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만을 비추는 사람의 거울에는 다른 것들이 비치지 않는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에서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자신만의 경험과 믿음을 주변인과 상황에 강요하는지, 또 얼마나 성급하게 개인뿐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마저 상처를 주는 부정확하고 경멸적인 판단을 내리는 지도 알게 되었다. 종종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면, 논의 중인 주제에 대한 그들의 실질적인 지식은 작은 엽서에 겨우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부실하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곤 했다.
<상처 주지 않을 결심/ 카렌 암스트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