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Mar 29. 2022

뻥 차 버리고 싶은 등짝을 가진 그대

엄마의 장광설

24.

작은 아들은 엎드려 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지 뒤집기를 못한다. 일어나 걸어야 하는데 뒤집기도 안 되는 작은 아들을 보며 마음이 급해졌다. 엄마는 작은 아들 뒤집기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다. 낑낑거리며 싫다고 우는 작은 아들을 달래며 뒤집기를 열심히 시켜본다. 뒤집기를 연습시키는 엄마가 나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아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닌 듯했다. 시간이 지난 후 작은 아들은 잘 뒤집고 잘 걷게 되었다. 하지만 이젠 말이 문제다. 기다려도 작은 아들의 입에선 의미 있는 단어가 나오질 않고 있다. 초조해진 엄마는 작은 아들의 손을 잡고 말을 가르쳐줄 학원을 찾아 나섰다. 내가 어렸을 땐 몰랐던 세계가 경험 없는 초보 엄마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차도 없는 초보 엄마는 작은 아들의 손을 꼭 붙잡고 길 위를 헤맨다. 그래도 나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네가 있어 덜 외롭다.


25.

발로 뻥 차고 싶어지는 등짝을 가진 그대. 길 위에서 헤매다 온 나의 마음은 너덜거리는데 같이 가주지는 못할지언정 집에서 쿨쿨 잠만 자는 그대의 등짝은 너무나 야속하다. 그대의 따뜻한 온기에 기대어 너덜거리는 내 마음을 이어 붙이고 싶은 내 마음은 내 마음일 뿐인 것이다. 해맑게 웃으며 저지레를 하는 작은 아들을 보며, 쿨쿨 잠만 자는 큰 아들과 번갈아 본다. 이번 생은 망했단 생각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라도 길어지지....



26.

작은 아들은 노래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 신생아 때부터 늘 동요를 틀어줬다. 그리고 잠잘 때마다 동요를 불러주곤 했다. 어두운 방안에 간접등만이 작은 아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팔베개를 해주곤 작은 아들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동요를 불러준다. 작은 아들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건 어둔 조명 탓이 아니다. 난 두 눈을 꼭 감고 다시 계속해서 두, 세 가지 노래를 돌아가며 불러준다. 이것은 수면 의식에 더해서 잘 시간이란 것을 계속 알려주는 노래이다. 보통 이러면 30분 안에 잠이 든다. 그러나 오늘은 뜀박질이 모자랐는지 엄마의 목은 계속 잠겨 간다.



27.

오늘도 작은 아들과 단 둘이 길 위에 나섰다. 큰 아들은 오늘도 부재다. 지방간으로 몹시도 피곤해 나 몰래 초코파이를 까먹으며 집에서 숙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 조만간 나도 무면허에서 탈피하여 마이카의 시대를 맞이하리라 굳게 다짐해 본다. 큰 아들은 자신의 차 안에 그대로 있는 간식의 흔적들을 치우지도 않고 나에게 아무것도 안 먹었음을 강하게 어필하는 뻔뻔함을 시전하고 있다. 이럴 때 보면 작은 아들과 같은 아이큐를 지닌 것 같다. 큰 아들에게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가르쳐 주기엔 너무 늦은 걸까? 맴매가 시급하다.


작가의 이전글 결혼 전, 결혼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