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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금융 치료

효과는 확실하지만 늘 공급 부족!

by zejebell

살짝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금융 치료만큼 확실히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나타내 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월급날을 가장 기다리는 직장인으로서 월급날의 행복이 너무나 짧다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첫 월급날을 기억합니다. 드디어 나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는 기쁨이 컸고 적은 월급이라도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기분 좋은 계산을 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으니 그만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컸습니다.


물론 월급은 최저시급에 간신히 도달하는 정도로써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직종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데 있어서 성공을 나타내 주는 직접적인 증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쉽게 변하고 간사하며 금방 고마움을 잊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임을 요즘 제 마음의 변화를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과의 능력과 실력에 따른 급여 차이, 생활환경의 차이는 처음부터 비교 대상으로 치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생활함으로써 마음이 가장 편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비교하지 않음에서 오는 평안함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다른 여러 부분들을 딱히 비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부러워는 하지만 그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가지.... 제가 열심히 해도, 열심히 잘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재테크 부분입니다. 요즘에는 월급을 잘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보니 저축으로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 누군가의 투자 성공 소식이 귓가에 들려오게 되면 다 그런 것이 아닐진대 나만 뒤처지고 있는 듯한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한 달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바쁘게 일하여 간신히 버는 월급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투자자들의 소식은 제 자신의 무능함을 더 잘 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의 경우 너무 낮은 까닭에 당첨자의 행운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가까이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리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부러움의 감정이 먼저 일어나고 그다음에는 나는 뭐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토록 감사하게 여겼던 월급은 왜인지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힘들고 불편했던 것들이 자연스러워지고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고마운 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한 번(물론 실력 있는 전업투자자들을 제외하고) 크게 들어오는 횡재에 가까운 수입은 분명 부럽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소소하고 작은 월급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상이 가능한 수입은 생활에 대한 안정감과 미래에 대한 대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갑자기 생기는 횡재수의 짜릿함보다 확실히 생활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어쩌다 한 번 강력한 한 방도 너무나 감사하지만 매달마다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이야말로 적고 많음에 관계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교환한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한 달을 버티게 만들어 주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하지만 이러한 금융 치료, 수액공급을 통해 일정 시간을 연명하고 연장하면서 살아갑니다. 비록 공급이 시원찮게 느껴질지라도 더 확실하고 안정적인 무언가를 발견할 때까지는 자신을, 가족을 버티게 해주는 고마운 치료제인 것입니다.


남들에게는 보잘것없는 금액일지라도 저에게는 감사하고 소중한 월급입니다. 나이 들어 새롭게 시작한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음을 느끼게 해주는 실질적인 결과인 월급은 매달 저를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 주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받은 월급은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맛있는 것, 필요한 것을 마련하는 데 있어 망설임을 줄여줍니다.


직장이 힘들어도 쉽게 사직서를 내던지지 못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오늘도 직장으로 출근하는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다면 돌아올 월급날을 기억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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