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살아지더라...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보다 안정적인 삶을 원해서 일 것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남들보다 나은, 소위 말하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거창한 성공보다는 하루하루의 소소한 행복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늦은 나이에 일을 시작하고 열심히 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금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 뿐이고 자녀와 배우자는 또 다른 생각일 수 있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 제 생각이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현재의 제 가족들을 사랑합니다. 힘들었던 과거의 시간들 속에서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때 무엇이 가장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지 깊이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울이 마음을 지배하고 빠져나갈 구멍이란 도대체 보이지 않았던 시기에 어떻게 해야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을지 계속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던 시기였습니다.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알수록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다면 비록 실천이 어려울지라도 방법은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열심히만 살아간다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결과라는 것이 꼭 노력의 끝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 제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상황에 더욱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다만,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 순간의 쾌락에 가까운 것인지, 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그런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자기 자신 뿐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행복이 다른 가족과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그것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착각으로 다른 가족을 윽박지를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소박한(?) 행복관에 가족이 모두 동조하지 않음에 서글프고 마음에 균열이 생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모두 자신의 행복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기에 저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가족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사실 아니었다는 것에, 저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행복과 기쁨을 가족에게서만 찾는 것 역시 잘못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집착과 사랑 그 어디쯤 인가에서 여전히 상처받으면서 어쩌면 늘 옆에 있어왔던 삶의 균열들에 저항 또는 체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뒤돌아보지 않고 현재의 균열 속에서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것은 본능일지 모르겠습니다.
제 행복은 여전히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만일, 만일... 가족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떠나더라도 저 역시 행복할 수 있도록 싫어도 지금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균열의 시간은 결국 저 자신을 독립적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고통 속 깨달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