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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한 방어

어찌해야 좋을까요?

by zejebell

새로운 직장 동료가 입사하게 되면 그 사람의 능력에 상관없이 업무를 인수인계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도 하기 바쁜데 인수인계까지 친절하게 잘해주기란 사실 어렵고 귀찮은 면이 있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수인계에 대한 부분은 자신의 주 업무에서 약간은 살짝 비켜나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인수인계를 해주는 대로 잘 받으면 모를까 받는 직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잘 따라와 주는 것이 아니라 사사건건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이해시켜 달라고 하거나 기대만큼 빠르게 업무에 적응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되면 직장생활 자체가 매우 하드모드로 바뀌게 될 수 있습니다.


정작 자신이 해내야만 하는 일들은 계속 쌓여만 가는데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하게만 보이는 태도를 보고 있자면 보는 쪽이 오히려 걱정스러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도 슬쩍슬쩍 동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긴 하지만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을 때도 많고 혹시 업무를 잘 알려주지 않았다는 불똥이 튈까 걱정이 되는 마음도 한 편에 쌓이게 됩니다.


사실 좀 더 넓고 좋은 마음으로, 더 나아가 새로 함께 일하게 될 사람에 대한 기대까지 조금은 품고 있었다면 친절하게 업무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새로운 직장 동료가 좀 더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친절한 모드를 장착하고 쉽게 업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매뉴얼까지 정리하여 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호의가 상대방에게 잘 전달될 수 있길, 그래서 좋은 동료로서 힘든 직장생활을 함께 버텨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받는 입장에서 왜 이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적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오히려 경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전 직장에서의 경험(사회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사람의 호의를 마냥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지금 저의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저는 업무를 알려주는 데 있어서 동료가 빠르게 적응하길 원하는 쪽이기 때문에 되도록 친절하게 상세히 알려주는 편입니다. 결국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일을 잘해야 저 역시 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료가 일을 못하는 것이 제가 잘나 보이는 기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 분야는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동료가 일을 잘해 주는 편이 훨씬 제가 일하는데 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알려주는 데 있어서 제 호의가 반사가 되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업무를 놓쳐서 난감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체크할 부분을 미리 알려주고 챙겨야만 하는 서류와 업무 순서를 알려주고 있는데 새로운 동료는 저에게 절대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먼저 처리해야만 하는 업무 순서를 지켜주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뒤로 미뤄놓아 상사에게 지적당하곤 합니다.


이러한 동료의 태도를 보고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사실 약간 혼란스럽습니다. 과거 직장생활을 돌이켜보건대 아주 작은 실수도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엄청난 질책을 받았었고 마치 약점을 잡은 듯이 저에게 비아냥거리던 동료와 상사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었습니다. 다시는 그러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좀 더 좋은 직장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방어적 태도(라 믿고 싶은)를 보이는 동료 역시 무언가 제가 알지 못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결과로 그런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태도로 업무에 임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저는 저 자신을 오픈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참입니다. 그래야 변화를 일 끌어내고 멀리 보았을 때 좀 더 마음 편안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제 자신의 방어기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튕겨내는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업무에 대한 대화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사실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자기 방어는 보호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현명하며 충만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는 데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이나 분노, 질투, 초조함, 부끄러움 등의 숨기고픈 감정 앞에서 이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런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방어적으로 자신을 만들게 됩니다. 타인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까워질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만남에 있어서 타인의 방어기제에 따른 행동을 마주하게 될 때 상처받거나 외면하거나 또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아예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 마음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여러 상황을 보았을 때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면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저의 동료는 어떤 경우인지 아직은 판단 보류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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