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본인만 모른다.

by zejebell

사람이 일이 잘 안 풀리고 세상일이 모두 자신을 억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착각하고 최악의 수를 두게 됩니다. 유명 경영자나 강연자, 철학가 그 밖에 학식 있고 수준 있는 사람들이 말하길 그런 위기 속에서 기회가 열린다고들 하는데 절망의 구덩이에 빠진 이에게 있어 그런 말들은 사실 잘 보이지 않는, 자신에게는 해당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약하디 약하고,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 있는 직원들에게만 닥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에게도 물론 이런 위기상황이 언제든 닥치게 되는데 이때 잘못된 대처를 하게 되면 당연히 직원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회사의 모두를 불타는 구덩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갑자기 고객이 늘어나고 수익이 높아지고 있을 때, 조직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위기는 갑자기 찾아올 수 있습니다. 때로 오너가 회사가 잘되는 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된 것인 양 착각하면서 위기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위기로써 직원들의 실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오너의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집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너는 정작 그 사실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오로지 외부에서만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오너에게만 안 보일 뿐 밑에 직원들 눈에는 그의 잘못된 선택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갑자기 일이 없어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문제로 인한 것입니다. 경기가 안 좋고 현재가 비수기라는 점도 물론 회사 사정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부분이지만 잘 있던 기존 고객들이 떠나가는 데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떠나는 고객들 탓, 직원들 탓만 하는 것은 책임자로서 적절한 행동이 아닙니다.


당연히 수익이 줄고 회사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직원들과 경영자 모두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당연히 직원 입장에서도 현재의 안 좋은 상황이 좋아지기 바라지만 경영자를 뺀 나머지 직원들은 압니다. 왜 기존 고객들이 떠나갔는지를. 그리고 그들과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오너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직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오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떠나간 고객들을 함께 욕하거나 섭섭함을 토로할 뿐입니다.


꼭 오너가 아니더라도 직장에 있어서 상사(직원들보다 어느 정도 권한이 있는)만 조금 바뀌더라도 많은 것들이 좋아질 수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또한 직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낮고 피로감은 높은 것 같습니다. 바뀌지 않을 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도 그냥 문제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직장에서의 시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는 말도 못 합니다.


어찌 되었든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다녀야만 하는 직장입니다. 현재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원들은 노력합니다. 분위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회사는 그럭저럭 다닐 만 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직원들의 몸부림으로 인해 회사가 다시 조금씩 나아지게 되면 오너는 직원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또 자신이 잘해서 그렇다고 착각합니다. 진짜 모르는 걸까요? 알고 싶지 않은 걸까요?


그 누군가는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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