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있긴 있더라고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늘 을의 입장에서 더 많이 참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속으로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지만 앞에서는 웃으면서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나름대로 양심에 찔리지 않을 정도로 고르고 골라서 애매하게 대답해 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의 잘못인 것 같은데 자신이 옳다는 듯이 떠들어대는 사람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도 잘 참아내고 말 같지도 않은 말도 들어줍니다. 동의하고 싶지 않은 여러 상황 속에서도 내일의 생활을 위해서 참고 참아내는 것이 바로 직장인의 삶일지 모르겠습니다.
더러워서 피하고 싶은 진흙탕 속에서 흙탕물이 하나도 튀지 않은 채 자신을 깨끗하게 지켜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무리 피해봐도 이런저런 오물이 묻기 마련이고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의 일들로 인해 마음은 점점 지쳐갑니다. 그런데 여러 일들을 겪고 참아내는 모습과 대처, 반응들은 사람들마다 차이를 보입니다. 피하고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것인데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싫든 좋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에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의 내가 있는 곳에서 힘든 부분과 있고 싶은 곳의 좋은 점만을 보는 사람은 지금의 어려움을 계속 견뎌내기가 힘듭니다. 분노나 슬픔, 자기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상황을 더욱 나쁘게 보게 됨으로써 참는 것에 한계가 오게 됩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을 그만둬버리면 나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드는 곳, 상황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아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현재 견디고 있는 곳에서 진흙탕 속에 뒹구는 의미를 스스로 찾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각의 더럽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충분한 명분이 되어줍니다.
나는 살아 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 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가지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물론, 유대인을 무작위로 가스실로 보내는 죽음의 수용소가 생계를 위해 나가는 직장생활에 비유하는 것이 너무 오버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 체감(비슷한 강도의)으로는 매일 아침 직장으로의 출근이 마치 가스실로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 직장인들도 있다는 것은 직장생활에 대한 여러 글들을 읽어만 봐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지옥과도 같은, 혹은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이 무언가를 선택하여 행동할 때 그 기준이 자신의 신념을 해치지 않아야 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는 것일 것입니다. 약육강식의 사회가 자연에 더 맞는 법칙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짐승으로 여기고 행동할 것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고 현재의 상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그런 방향,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맞는 그런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선택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어주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지 자신에게 좋은 선택, 더 이익을 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이런 차이를 줍니다.
직장에서 할 일이 많아서 힘들어죽겠는 분들이 아마 대부분이실 것입니다. 요즘 저의 고민은 비수기인(일이 들어올 때는 또 엄청 바쁩니다.) 직장으로 인해 오늘 나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일이 없어 눈치가 보입니다. 왠지 받는 월급만큼의 일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고 이러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에서 잘릴까 봐 걱정도 되고 월급을 오히려 깎자고 할까 봐도 걱정됩니다. 이제 일이 많았다고 투덜거렸던 상황이 오히려 행복한 고민이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직장에서 할 일이 적어(없어) 걱정되고 눈치 보여 출근이 너무 힘든 요즘입니다.
정말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영업이라도 직접 뛰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좀 편한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바람은 직장인에게 있어서 너무 큰 욕심이었나 싶습니다. 그저 힘든 이 상황과 시간 속에서도 저의 힘듦을 이유로 다른 누군가에게 모질게 대하거나 나 자신만을 위하는 그런 선택은 하지 않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얼른 직장에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