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불러온

참사...

by zejebell

직장생활을 할 때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속 시원히 하면서 생활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지 못합니다. 자신의 속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주변의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진짜 진짜 너무 어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릴 적 사촌언니 손을 잡고 길을 가다가 정말 뚱뚱한 사람을 보고 감탄한(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감탄 맞습니다.) 나머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감탄사를 내뱉다가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그때 당시에 뭘 잘못했는지 진심으로 뉘우치고 깨달았다기보다는 진짜로 내 속에 있는 생각과 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각자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면서 의도치 않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거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배우며 비로소 말하는 것을 조심하게 됩니다. 특히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조그만 말실수에도 손해가 더욱 크기 때문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표현하는데 조심스럽습니다.


을과 갑이 뒤섞여 있는, 때로는 그 위치마저도 수시로 바뀌는 직장에서의 말실수는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오랜 시간 만들어 온 관계를 한 순간에 의심하게 만들거나 적이 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원치 않은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직장에서의 삶이란 온통 지뢰밭 투성이라 솔직한 발언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없이는 -그 결과를 감당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을 뒷감당할 용기도 없었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제가 그 일을 저질러 버린 것입니다.


직장상사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쳐주는 것에 한계를 느낄 즈음 제가 그만 정신줄을 놓았나 봅니다. 이미 직원들끼리는 의견교환이 다 되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던 일에 대해 뒤늦게 합류한 직장상사가 을들은 짐작도 못한, 감히 직장상사만 알 수 있는 한 수 앞을 내다본 고견(좁아터진 자신만의 관점)을 들고 나와 - 그것도 다 쉬고 있는 주말에 - 단톡방에 올린 것입니다.


주말에 밀린 집안일을 하고 바쁘게 장을 보고 있었던 저만 그 톡을 보고 짜증이 났던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냥 못 본 척 넘긴 사람들처럼 행동했었어야 했는데..........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직장상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톡(상사는 주말에 절대 전화를 안 받고 안 하는 것으로 자신이 굉장히 좋은 상사로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습니다.)으로 보고 아닌 보고를 마트에서 해버리고만 것입니다. 저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어 후폭풍이 몰아 닥쳤습니다.


직장상사는 솔직한 제 의견에 단단히 뿔이 나버렸고 많은 을들은 왜 그랬냐면서 평소의 나답지 않았다는 평과 비꼼, 혹은 걱정들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자책과 불안으로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의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을 맞이하여 분위기를 파악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억지로 직장상사의 의견 내지는 감정에 공감하는 감정노동을 과도하게(죽도록) 하면서 이번 주 내내 새벽출근을 하여 뒷수습을 하였습니다....


그 직장상사는 새벽에 출근했으니 일찍 퇴근하라고 웃으며 입으로 말했으나 말뿐인걸 너무나 잘 아는 저는 이번 주를 폐인모드로 보내면서 다시는, 결단코 다시는 솔직해지지 말 것을 다짐했습니다. 집은 일주일 내내 청소와 빨래도 제대로 못해 엉망이 되었고 가족들의 식사도 대충이 되었으며 그 덕분인지 저도 감기, 아이도 감기에 걸려 버렸습니다.


솔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그런 솔직함이고 싶진 않습니다. 또 반대로 솔직해야 할 때 침묵함으로써 비겁해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직장생활을 잘하는 것일까요?

예전엔 분명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좋은 직장인이 되고자 하려니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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