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봄날

일하러 간다~

by zejebell

이제 일을 다시 시작한 지가 일 년이 되었습니다. 그때도 벚꽃이 날리고 개나리가 벽을 따라 쭉 피어 있었습니다. 첫 출근 날은 아름다운 봄날이었는데 늘 봄이 되면 언젠가 꽃구경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러나 결국 가지 못하고 봄을 떠나보내면서 슬퍼하고 아파했던 마음이 더 이상 보이지 않던 날이었습니다.


일 년을 버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일 년이 지났습니다. 그때의 간절한 마음이 다시 떠오릅니다. 출근길 저에게는 차를 운전하면서 날리는 봄 꽃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도 집에서 탈출하여 세상에 나왔다는 기쁨과 설렘, 그리고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아름다운 봄날 같은 것은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날 저는 출근하는 그 길이 꽃구경하러 가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아직 살아남았습니다. 중간에 이직을 하고 싶다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 것은 아닙니다. 지금 역시 이제 일 년을 버텼으니 경력이 만들어져서 다른 곳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서 그때 느꼈던 기쁨을 조용히 혼자 자축해 봅니다.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해 봅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이제까지 어떻게든 버텨왔으니 어떤 문제나 시련이 닥쳐와도 도움의 손길이나 다른 방법이 생길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여전히 봄은 다시 왔고 벚꽃은 이쁘게 흩날리고 있으며 올해는 목련과 개나리도 함께 피었습니다. 출근하는 길이 꼭 그때처럼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게 해 준, 어쨌거나 고마운 직장입니다. 직장상사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어도, 동료가 착하지만 너무 느려 나머지 일들을 책임져야만 하는 현실에도.... 즐겁게 일하고자 노력합니다.


자존감이 바닥이고 세상이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이미 잊힌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쓸모에 대해서 평가절하하던 그 시간을 생각하면 그래도 견딜만한, 어쩌면 꽤 괜찮은 직장생활이라 판단합니다. 자존감에 있어서 돈 버는 것은 아주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저에게 있어 직장생활은 월급이 전부는 아닙니다. 가족 이외에 세상과의 연결이 되어 주는 그런 부분이고 제가 아직은 사회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저는 대단한 열정을 지니고 있지도 않고 무언가의 변화를 막 갈망하는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만 이제 일 년을 잘 지냈으니 앞으로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제 삶을 맡겨 보려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봄날은 아름답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도 출근할 수 있어서 정말 더 좋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날일지 모르지만 저는 혼자 제 자신을 위해 자축해 봅니다. 잘 버티고 살아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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