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은 괴로워.
42.
작은 아들은 치카치카할 때마다 괴물로 변한다. 엄마도 덩달아 괴물로 변한다. 변신은 몹시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힘든 일이다. 지치는 일이다. 작은 괴물은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발로 차고, 머리를 흔들며 허리를 비튼다. 엄마 괴물은 체증으로 승부를 본다. 누워있는 작은 괴물을 다리로 누르고 재빨리 손을 움직인다. 치밀어 오르는 화로 인해 거친 소리를 불길처럼 내뿜는다. 안 하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 치아가 썩든 말든, 아프든 말든,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다. 심장도 안 좋은 작은 괴물은 치아가 썩으면 마취하고 치료를 받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엄마 괴물은 변신하고 마음이 괴롭다. 괴물로 변신하고 싶지 않았다. 늘 자괴감에 빠져 후회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엄마 괴물이 늙으면 누가 해줄까 걱정이 앞선다.
43.
큰 아들은 작은 아들을 돌보는 것이 서툴다. 특히 마음을 읽어주지 못한다. 아들들의 특성이란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무엇이든 처음은 있기 마련이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다. 큰 아들은 그냥 마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면 마음은 있는데 내가 있으니 그냥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것이든 내 마음엔 들지 않는다. 나도 아빠의 역할은 아는 것이 없으니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책을 읽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난 작은 아들에게 큰 아들이 아정한 아빠가 돼주길 정말 정말 간절히 원한다.
44.
작은 아들은 말 잘하는 엄마를 말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다. 몹시 분한가 보다. 작은 아들은 아는 단어도 별로 없고 성격은 급한지라 작은 일에도 곧잘 분노를 표출한다. 아마도 전두엽의 발달이 되지 않은 까닭이리라. 이 엄마는 그리 이해해며 넘긴다. 그저 조금이라도 말을 가르쳐 주려고 여러 가지 말하는 것이, 그리고 작은 아들이 잘못했을 때 차근차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그저 엄마의 욕심이었나 보다. 그저 잔소리로만 너의 귓가에 맴돌다 스트레스만 가중시켜 주는가 보다. 언젠가부터 참고 참다가 내뱉은 너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친 한마디는......"뽀롱뽀롱 뽀로로!" 아마도... 욕이었으리라...
우리 큰 아들에게 난 이런 모습일까?
45.
우리 큰 아들은 원래 다정했다. 그걸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원래 무뚝뚝하고 별로였던 사람이 나를 만나서 짧은 연애 기간 동안 다정한 척했던 게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원래 다정했던 사람 었음이 분명하다. 난 굳게 그렇게 믿는다. 그냥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인어 공주가 목소리를 잃어버렸듯이 다정함을 잃어버린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육아에 지치고 삶의 여러 문제들에 지쳐 더 이상 큰아들만 바라보지 않게 된 것처럼 큰 아들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가 되면 마법이 풀리듯이 우리 큰 아들도 그것을 깨닫고 다시 나와 작은 아들만 사랑하는 다정함으로 돌아와 주길 오늘도 바라고 기다린다....
내가 그를 변신시킨 괴물 아내인 걸까?